벤처기업의 성공률이 잘해야 3%라는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1백건의
프로젝트였다면 3건정도 성공한다는 얘기인 셈이다.

연구도 일종의 벤처인 탓에 성공률이 역시 그다지 높지 않다. 특히
인명을 다루는 의학에 있어서의 연구속도와 성공률은 공학이나 농학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실험재료는 연구용 동물이라는 대체재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임상연구도 환자의 증상이나 병세호전 따위의 산발적인
증례수집으로 이루어져 한걸음씩밖에 내디디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처럼 하루하루 묵묵히 실험을
수행해 나갈 뿐이다. 때로 뜻하지 않은 계기가 대발견으로 이어지는
기적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유학을 마치고 최근에 돌아온 친구 이모박사가 들려준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그가 지도교수로부터 받은 과제는 개구리난자에 유전자를
주입시켜 유전자조작을 일으키는 연구였다. 개구리는 비싸지 않기 때문에
난자를 얻기만 하면 희생시켜 버리는게 관례다. 그런데 같은 실험실의

영국인 유학생 K는 난자를 꺼내쓰고는 개구리를 죽이지 않고 봉합해 상자에
넣고 필요할 때 같은 개구리를 쓰곤 해 의아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수술후에 개구리에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별다른 소독도 하지않았는데 K의
개구리는 신기하게도 복부봉합부위가 곪지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박사는
어느날 K에게 왜 실험동물 취급지침서에 나와있는 대로항생제를 투여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K는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아무말도 하지 않고 무언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은듯 상기되었다. 즉 이날의 대화가 K에게 토양원충류나 미생물에
잘듣는 엄청난 역가의 항생물질을 개구리피부서 추출하게 실마리를 제공한
셈이됐다.

실험교과서에 쓰인대로 꼬박꼬박 항생제를 주던 이박사. 항생제를 주는
것을 잊어버렸으나 개구리배의 상처가 잘 곪지 않는 것에 착안,강력한 새
항생제를 발견해 백만장자가 된 영국유학생 K. 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K에게 억세게 행운이 있었던 것일까,아니면 그들이 배운 교육탓일까.

(서울대의대교수.임상병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