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새 아시아질서의 주도권을 겨냥하고 나섰다. 그동안 일본은
천안문사건으로 고립된 중국에대해 다른 서방강대국에 한발 앞서 중국과의
관계복구를 주도함으로써 이 일.중관계를 발판으로 동북아,나아가
세계정치의 주도권을 노려왔다.
엔차관 1천3백억엔을 공여하는 대가로 중국의 핵확산금지조약가입을
끌어낸 이외에도 일본 자윙대의 해외파병에 대한 중국의 양해를 공식적으로
끌어냈으며 그밖에 무기수출에 관한 국제규제와 캄보디아 한반도등
지역문제에 관한 양국협의등 가이후일본총리의 이번 중국방문성과는
푸짐하다.
그의 방중을 단순하게 천안문사건이후 일본이 다른 강대국에 앞질러
양국관계를 전면 정상화했다는 선에서만 봐서는 이해가 부족하다.
가이후는 중국에 이어 몽골을 방문하고 있지만 문제는
일.중.소세나라사이의 미묘한 력학관계다. 이른바 북방영토반환이라는
일본에 보다 민감함직한 일.소관계에서는 일본이 오히려 고자세를
견지하면서 중국과는 급속도로 접근하고 있는데서 이른바 "새질서"에서의
일본의 포석을 읽어낼수있다.
중국과는 유대를 강화하지만 소련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다는 기본포석을
설정하고 앞으로 본격적인 강대국 파워게임을 벌여나가겠다는 뜻이다.
일본경제력의 도움을 기다리는 소련과 중국을 차별화함으로써 새로운
우적관계를 만들어 내고있는 것이다.
이번에 핵확산금지조약에 중국을 끌어들인것등 세계문제를 주도한 것은
다른 한편 미국에 일본의 국제정치역량을 과시했다는 의미도 있다.
천안문사건이래 서방측의 경제제재를 일본이 앞장서서 해제해 나감으로써
미국도 지난달 중국에대한 최혜국대우를 연장해줄수 밖에 없었지만 이런
"일본주도"의 축적이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준다는 것은 아주
전통적인,그러나 낡은 국제정치 파워게임이다.
한마디로 일본은 지금 그들의 경제력을 정치력으로 치환해나가는
패권추구의 길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강화로 소련을
견제하고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로 남북한관계를 조정해 나가면서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동북아와 세계의 권력정치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요즘 환동해경제권등 이른바 지역경제 틀의 모색이 활발하지만 이
문제에서도 일본의 의도는 다른 당사국들과는 달리 호혜적인 경제협력이
아니라 경제지배에 목표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