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벌그룹의 대표격인 현대그룹이 12일 과장급이상 중견간부들의
내년도 봉급을 동결키로 결의한 것은 지난 3년간 지속돼온 두자리수의
고율임금이 내년에도 계속된다면 우리 경제가 회복될 수 없는 국면으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 원화절상등 환경악화에 고임금 겹쳐 ***
최근 우리경제는 원화절상과 통상마찰, 노사분규와 이에따른 고율의
임금인상등으로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고 수출목표달성이 좌초되는 등
근년에 없던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 EC등 우리의 주요시장으로부터 반덤핑관세부과, 수출물량규제,
국내시장개방등 경제력의 성장과 함께 통상마찰은 날이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고속 절상된 원화가치는 수출을 둔화시키고 기업의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켜 수출위주의 국내기업들에게 경영의 짐을 무겁게
지우고 있다.
여기에 올해만도 약 20%에 이르는 고율의 임금인상이 이루어져 기업들은
경영확대는 커녕 현상유지에도 허덕이는 상황이다.
*** 고임금 여파로 해외공장건설 급증...국내 산업공동화 우려 ***
많은 기업관계자들은 올해는 그동안의 호황속에 벌어들인 것으로 그런대로
메꿔 간다하더라도 내년까지 노사분규와 이에 따른 고율의 임금상승이 재연
된다면 더이상 버틸수 없는 한계기업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독에 현지공장을 두고 있는 금성사의 한 간부는 이제는 서독과 우리의
근로자 임금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국내에서의 비교임금우위란 옛말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저임금에 의존, 경영을 꾸려왔던 섬유 등 노동집약적
기업들은 보다 임금이 싼 동남아 등지로 빠져나가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산업공동화의 우려를 낳아 실업이 사회적으로 중대한 걱정거리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국가 경제 침체땐 근로자도 피해 ***
이러한 전체적인 여건속에서 내년에는 두자리숫자의 고율임금인상이 실현
된다면 기업은 더이상 버틸 수 없고 따라서 국가적인 경제침체가 오게돼 결국
근로자들에게도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견해가 기업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임금동결결의대회에서 "위기에 빠진 국가
경제의 재건과 국민경제의 중흥을 위해 현대그룹이 앞장서자"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대다수 기업인들의 의식을 대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이처럼 우리의 경제를 위기로 진단하면서 나름대로 대응해
나가고 있으나 문제는 근로자들이 어떤 자세를 보여주는냐는 것이다.
*** 타기업에 큰 영향 줄 듯 ***
정부는 11일 임시국무회의에서 3급이상 일반공무원과 고등검찰관, 군장성
등 고위공무원의 내년임금을 올해수준에서 동결하는 등의 결의를 하면서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경제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또 노사문제가 고임금상승을 야기시키며 생산차질 등의 심각한 폐해를
가져오는 점을 중시, 한시적으로 청와대에 노사안정대책기구도 설치키로
했다.
이와함께 정부는 정부나름의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히고
그대신 기업의 자구노력과 근로자의 자제가 같이 뒤따라줘야 경제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내년도의 간부급임금을 올해수준으로 동결한 것은 타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노동운동단체들, 수긍여부 큰 관심 ***
앞으로 각 기업나름의 다양한 자구책들이 마련될 것이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하위직원들과 생산직근로자들이
이같은 그룹의 결의를 얼마나 수용할 지가 변수이다.
다른 기업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시에 노총이나 전노협결성추진세력등
노동운동단체들이 이에 얼마나 호응할지가 큰 관심거리다.
결국 정부나 기업의 정책적인 지원, 자구노력자세는 우리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의 일치로 기본적으로 갖춰져있으나 제3요소인 근로자들이 마지막열쇠를 쥐고
있어 정부나 기업의 효과적이고 성실한 대근로자접근노력이 취해져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