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적십자 실무대표들은 16일 판문점에서 가진 3차 비공개 접촉에서
고향방문단및 예술공연단 교환시기와 적십자 본회담 개최시기에 합의함에
따라 연내에 남북간의 대규모 교류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실무대표들은 오는 12월8일 고향방문단및 예술공연단을 상호 교환하고
12월15일에는 평양에서 제11차 남북적십자 본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는데
이같은 합의가 제대로 실현된다면 지난 85년이후 4년만에 남북 이산가족들이
다시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 남측 고향방문 북측 예술단 주력 **
그러나 남북간에는 고향방문단및 예술공연단의 규모와 방문지, 그리고
예술단의 공연내용, TV실황중계및 취재기자문제등 쉽게 타결짓기 어려운
사항들을 남겨두고 있어 오는 11월8일에 갖기로한 4차 접촉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올리게 될지 의문이다.
우리측은 당초 1,2차 회담에서 적십자 본회담을 먼저 재개한뒤 고향
방문단과 예술공연단을 서로 교환하자는 입장을 내세웠고 북한측은
"선고향방문단 교환, 후본회담 개최"를 주장하여 시기적인 면에서 이견을
보여왔다.
또한 북한측은 그동안의 실무접촉에서 문익환목사와 임수경양 문제를
들고나와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는등 엉뚱한 방향으로 회담분위기를 몰고가
초반에는 실질토의와 회담진전이 불투명한 상태로까지 이르기도 했다.
** 방문단규모등으로 줄다리기 예상 **
그러나 2차 회담때부터 우리측의 제안에 따라 비공개회의로 실질토의를
진행함에 따라 다소간의 진전을 보인데다가 3차 회담에서 우리측이 선고향
방문단 교환, 후본회담 개최라는 북한측 주장을 받아들임으로써 이같은
스케줄에 합의하게된것이다.
남북양측은 이날 2시간 20여분동안 계속된 비공개 회의에서 고향방문단및
예술공연단의 교환규모등을 놓고 계속 토의를 벌였으나 서로간의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채 4차 접촉에서 재론키로 했다.
** 방문지도 우리측은 실제고향, 북한측은 서울과 평양국한 이견 **
이날 실무접촉에서는 또 고향방문단의 방문지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였는데
우리측은 고향방문단이 성묘를 할 수 있도록 실제 고향을 방문하게 하자고
주장한 반면 북한측은 서울과 평양으로 방문지를 국한하자고 고집하기도
했다.
고향방문단 규모와 관련, 남북 쌍방은 300명 규모로 한다는데 의견접근을
보았으나 예술공연단 규모에 대해서는 우리측이 50명을 제의한데 반해
북한측은 고향방문단과 똑같이 300명씩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결국 이같은 쌍방의 주장을 놓고 볼때 남북이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에
대한 인식과 입장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측은 기본적으로 이산가족 재회에 중점을 두어 고향방문단 규모를 크게
잡은 반면 예술공연단은 부수적으로 상호교환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 예술공연단 집단체적 공연에 자신,체제 선전 기회로 이용 가능 판단 **
북한측이 이처럼 예술공연단 교환에 중점을 두는 것은 집체적 공연에
자신이 있는데다 이 공연을 체제선전의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측이 예술공연단의 공연내용을 TV로 실황중계하는 문제를 들고
나온 점으로 보아 더욱 확실하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에 가서는 예술공연단의 규모를 우리측 제안대로 합의하게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측이 이미 고향방문단등의 교환시기및 적십자 본회담
재개시기에 있어 크게 양보를 한데다 1차때의 선례도 있기때문에 예술공연단
규모문제에 있어서는 북한측이 양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측은 회수원칙을 양보한다하더라도 예술공연단의 규모를 우리측이
제안한것보다 크게 잡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없는것은 아니다.
** 방문지, TV중계문제등 해결해야할 문제 아직도 많아 **
이밖에도 앞으로의 실무접촉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는 방문지 문제와 함께
공연내용, TV중계 기자및 수행원수등이 남아있다.
이들중 방문지 국한문제는 앞으로도 논란이 예상되는 문제로 우리측은
고향방문단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맞도록 각자의 고향까지 직접 찾아가
성묘하고 친지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북한측은 고향방문 문제는 적십자 본회담에서 토의돼야할
자유왕래의 한 부분이므로 실무접촉에서 타결할 수 없다면서 서울과 평양에
국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취재기자문제에 있어서도 우리측이 100명을 제의한데 반해 북한측은
30명으로 주장해 이문제 또한 절충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 북한, 취재기자수도 제한...소상히 알려지는것 꺼려 **
북한측이 이처럼 취재기자수를 제한하려고 하는데는 자기네들의 내부
사정이 남한측에 보다 소상하게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측면도 있지만
지난 85년 방문단 교환때 우리측 언론들이 북한의 경제현실과 계층화등을
보도한 사실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문제와 함께 3차 실무접촉에서 본회담및 방문단 교환시기에 관해
우리측의 양보로 합의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이 방문단 규모등에
대해 자기네들의 고집을 굽히지 않은데다 남은 의제를 논의하기 위한 4차
실무접촉 일자를 오는 11월8일로 멀찌감치 제안한 점도 일말의 우려를 갖게
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
앞으로 20여일 남은 4차 회담때까지 북한측이 어떤 태도변화를 보일지도
의문이고 이와함께 방문단 규모등 남은 의제가 과연 쉽게 타결될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