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3개월동안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주식 보유한도확대 증거금률인하 기관투자가범위확대 시가발행
방식의 개선등 일련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자금이탈이 가속되는 가운데
주가는 떨어지고 거래량도 위축되고 있으며 대량 실권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
이대로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투매에 투자자들이
휩쓸리면서 심각한 경제/사회불안 마저 야기될 우려가 높다.
한마디로 85년 9월이래의 대세상승은 지난 4월초 종합주가지수 1,000
포인트 돌파를 정점으로 마감되고 주식시장은 전반적인 경기하락과
맞물리면서 대세하락국면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이 짙다.
차트 분석가들은 이미 장세의 장기적 흐름을 반영하는 150일 이동평균선이
3년 10개월만에 하향하기 시작했으며 곧 75일 이동평균선이 150일 이동평균선
을 하향돌파하는 이른바 "데드 크로스"가 발생, 장기하락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내외여건을 봐도 어둡기만 하다.
경기하락 통화긴축 정국의 격동 노사분규등 외적요인은 말할 것도 없고
시장내부도 수급불균형속에 물량공급이 계속되고 있으며 투자층도 한계에
다다른 느낌속에 증시주변의 자금은 줄어들기만 하고 있다.
지난 한달동안 거래량이 하루 평균 723만주로 올평균 거래량의 절반을
겨우 웃돌고 있으며 최근들어서는 거래형성률도 80% 안팎으로 주식시장의
기본이 되는 환금성조차 문제가 되고 있다.
100을 기준으로 하는 투자심리선도 3년여만에 처음으로 15이하라는 극도의
침체상태로 얼어붙어 있다.
자연스런 장세반전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으나 종합주가지수 910선 이상에서
거래된 물량이 16억주, 금액으로는 38조원에 이른다는 점만 감안 하더라도
주가상승에 대한 저항은 완강할 것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갑작스런 증권붐으로 단기간에 증권인구가 크게
불어나 주식시장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지극히 부족한 상태에서 대부분의
투자가들이 대세하락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증권인구는 중복계산으로 750만으로 추계되고 있고 이 가운데
70-80%가 소액투자가로 추정돼, 그 취약성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흔히 경기가 하락하고 있는데 주식시장이 침체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라든가 혹은 증권정책보다 통화정책에 우선 순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작위적으로 주식시장을 부양한다는 것은 온당한 처사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듣는다.
그러나 이것은 주식시장이 대세상승을 계속하고 있다는 전제에서만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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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경제정책 전반을 다루는 당국의 자세가 점차로 위기관리의 성격
을 뒤늦게나마 조금씩 띠고 있지만,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정책당국이 이제는
위기관리의 국면이라는 인식과 함께 자세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본다.
정책결정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처방과 그로 해서 나타날 결과에
대한 확신까지가 포함되는 것이다.
단순한 시장내부적 조작만으로 오늘 우리 주식시장의 대세하락에 대처하는
것은 위험하다.
당국이 전면적인 증시 활성화방안을 펴서 주식시장이 경제의 전반적
침체속에 위축되는 것이 불가피하더라도 적정한 수준으로 연착륙하게끔
하는 정책은 마치 경기후퇴가 오더라도 극심하지 않기를 바라는 우리 모두의
원망과도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