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도…캐터필러, 2주간 16% 올라

우크라 전쟁 발발 후
주가 급등세 지속

광업·에너지 비중 높아
인플레 시기 투자 유리

"경기침체 가능성에도
주가 상승 이례적"
세계 최대 건설·광산용 장비 생산업체 캐터필러(CAT)의 주가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캐터필러는 대표적인 경기민감주이면서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에 유리한 종목으로 분류되곤 한다. 하지만 최근엔 경기 둔화 속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캐터필러 주가 상승세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캐터필러는 이달 1일 이후 11일까지 15.84% 뛰었다. 올 들어 상승률은 2.31%다. 지난 1월 주가가 229달러까지 올랐다가 182달러까지 떨어지며 내리막길을 걷더니 이달 들어 다시 급등하고 있다.

캐터필러는 불도저 등 건설장비부터 가스 엔진, 공업용 가스터빈 등을 생산하는 중장비 업체다. 광업과 에너지 부문 사업 비중이 높아 주식시장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인플레이션 시기 유리한 투자 종목으로 여겨진다. 건설기계 업체인 만큼 경기 사이클에 민감해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는 등 경기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질 때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엔 물가가 오르지만 경제 성장률은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기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 속에서도 주가가 오르는 것은 이례적이다.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가스·석탄 등의 수입 제재에 나서면서 캐터필러가 자원 다변화 및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 이전) 수혜주로 떠올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서 미국 내 셰일오일 개발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고, 이를 위한 굴착기·중장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터필러 주가 상승은 냉전과 탈세계화, 그에 따른 공급망 다변화를 시사한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투자은행 제프리스가 최근 캐터필러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도 현재보다 20% 이상 높은 260달러로 올렸다. 제프리스는 “최근 동유럽에서의 혼란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이 구조적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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