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심사를 하루 앞두고 삼성이 “경영정상화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이례적인 입장문을 냈다. 삼성은 영장 청구 사유인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 처리’는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객관적 판단을 왜곡시킬 수 있는 과잉 보도 자제를 호소했다.

구속 여부는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결정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판사를 설득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공식 입장문까지 낸 것은 자칫 사법 절차 경시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의 잇단 무리수와 사실 확인에 충실하지 않은 일부 매체의 일방적 보도가 횡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이 오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호소문을 낸 데 대한 공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선 검찰 수사는 실체적 진실에 집중하기보다 결론을 정해 놓고 꿰맞추기식으로 진행됐다는 광범위한 의심에 휩싸여 있다. 20개월의 장기 수사, 50여 차례의 압수수색으로 한 기업을 탈탈 터는 기업 수사는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위원회가 삼바의 분식회계 혐의를 고발한 데서 출발한 수사는 어느새 부당 승계 문제로 부풀려진 상황이다.

수사가 확대되려면 상식적으로는 분식혐의가 먼저 입증돼야 하는 데도 실상은 정반대다. 분식의 핵심 인물로 검찰이 지목한 삼바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차례나 기각됐다.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그런데도 ‘이 부회장이 상급자로서 지시하고 관여했다’는 검찰 주장에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분식 혐의 입증이 난관에 처하자 ‘시세조종’ 혐의로 영장을 친 대목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검찰은 절차가 진행 중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도 무시했다. 검찰이 개혁을 선언한 뒤 2년 전 도입한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시키자 좌파진영에서조차 “정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뜩이나 파렴치한 성추행을 자백하거나, ‘탐관오리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은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풀려난 일로 사법 신뢰가 추락 중이다. 구속 사유인 주거지 불명, 증거 인멸·도주 염려에 하나도 해당하지 않는 기업인은 반대로 구속과 경영 공백 위기감에 떨고 있다. ‘대기업은 악(惡)’이라는 편견과 정치적 목적의 ‘기업 길들이기’가 있다면 법원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