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5년간 최저임금을 54% 인상하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 “OECD에서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그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OECD는 “생산성 증가가 뒤따르지 않으면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를 목표치 이상으로 상승시키고 한국의 국제 경쟁력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법인세 인상과 공공부문 고용 및 사회지출 확대와 관련해서는 “OECD 추세와 배치된다”고 했다.
OECD "韓 최저임금 인상 유례 없는 수준… 국제 경쟁력에 타격"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악화에 영향

OECD는 20일 발표한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추가로 인상하기 전 올해 최저임금을 16.4% 올린 것의 효과를 먼저 평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랜들 존스 OECD 한국 경제 담당관은 “지난 1월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음식 및 숙박업, 유통업, 도·소매업 등에서 고용이 악화됐는데 최저임금 인상과 긴밀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국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내리기 전 현재 상황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존스 담당관은 “한국 노동시장에 대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 증가할 때 고용률이 0.14%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생산성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OECD 상위 17개국 대비 한국의 노동 투입량은 28.7% 많은 반면 노동 생산성은 46% 수준에 불과하다.

존스 담당관은 “한국 노동 생산성이 낮은 것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때문”이라며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에 비해 3분의 1 정도 소득을 덜 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직업훈련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인세 인상 투자 감소 부를 수도

OECD는 법인세 인상에 따른 기업의 투자 감소, 임금 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 대기업 개혁공약 이행에 따른 불확실성 등을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OECD는 “법인세율 인상은 OECD 국가에서 생산 증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고 환경세를 신설하는 등 포용적 성장에 유리하게 세제를 개편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존스 담당관은 “OECD 국가의 평균 부가세율은 19%인데 한국은 10%여서 인상 여력이 있다”며 “부가세는 역진세 성격이 있지만 근로장려세제(EITC) 등을 통해 보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 고용 증가와 관련해서는 “재정지출 확대로 이어져 인구 고령화에 따른 비용 감당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했다.

존스 담당관은 “한국은 중소기업이 고용의 77%를 담당하지만 대기업과의 생산성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생산성 격차가 임금 격차로 이어져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는 1000건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과도한 지원이 시장에서 퇴출해야 하는 기업을 연명하게 해준다”고 했다. 이어 “좀비기업이 퇴출되면 인적자원과 자본이 혁신기업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경쟁력 없는 기업의 퇴출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상 필요

OECD는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3.0%로 전망했다. 건설투자 조정 등으로 인한 내수 둔화가 예상되지만 세계 교역 증가에 따른 수출 확대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커지지 않도록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존스 담당관은 “한국 기준금리가 연 1.50%로 역대 최저인 연 1.25%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인상 시기를 놓치면 인플레이션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