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脈] '사람 중심' 과학기술·ICT 육성할 것
15세기 세종대왕은 집현전을 통해 많은 학자를 육성하고 장영실처럼 뛰어난 과학자를 신분에 관계없이 등용해 애민정신에 입각한 과학기술의 꽃을 피웠다. ‘측우기’로 강우량을 정확히 알아내 농민을 돕고 해시계 ‘앙부일구’와 자동 물시계 ‘자격루’를 만들어 일반 백성도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게 했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면서 배우기 쉬운 한글을 창제했다. 세종대왕의 치세는 30여 년에 불과했지만 과학기술 업적은 수백 년 지속되며 아직도 우리의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제51회 ‘과학의 날’과 제63회 ‘정보통신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이 20일 열렸다. ‘과학의 날’은 과학기술처 출범일인 1967년 4월21일을 기념해 1968년 제정됐다. ‘정보통신의 날’은 1884년 고종이 우정총국 개설을 명령한 4월22일을 기념해 ‘체신의 날’로 시작한 뒤 1994년 ‘정보통신의 날’로 확대됐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은 발 빠르게 1차 산업혁명의 ‘증기에 의한 기계화’, 2차 산업혁명의 ‘전기에 의한 산업화’를 이뤘고 인터넷 혁명으로 일컫는 3차 산업혁명의 ‘정보화’를 주도하고 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지능화’ 시대에서도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입자가속기 정상화, 통신비 인하 등 현안을 해결하고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과 ‘바이오경제 혁신전략’을 수립하며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월과 3월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을 통해 한국의 과학기술과 ICT의 저력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 세계 최초의 5세대(5G) 시범서비스, 인공지능(AI) 안내 로봇 등이 세계 92개국 선수와 관람객을 맞았다. 개·폐막식을 수놓은 드론쇼와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은 미래의 모습을 한층 더 가까이 보여줬다.

한편으론 그간 과학기술과 ICT가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경제발전에만 치중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도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극한 기후현상’, ‘자연재난’, ‘사이버 공격’, ‘데이터 범죄’, ‘기후변화 대응 실패’를 2018년 5대 글로벌 리스크로 꼽았다. 한국에서는 지진과 화재, 미세먼지의 증가 등이 국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 1호 추락 등 각종 사회적 불안 요소들도 산재해 있다.

세종 시대의 과학기술이 언제나 백성의 삶을 우선시했듯이 이제는 과학기술과 ICT가 ‘국민의 삶의 질’에 무게를 둬야 한다. 생활 주변의 문제들까지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술을 개발해 국민의 삶을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켜나가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과학기술이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게 하기 위해 상반기에 ‘과학기술기반 국민생활문제 해결 종합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향후 ‘국민생활연구 선도 사업’을 추진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가시화하고, 기존 연구 성과들이 국민의 삶과 안전에 폭넓게 활용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올해 ‘과학·정보통신의 날’ 슬로건은 ‘국민의 삶과 안전 지킴이 과학기술·ICT’다.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인 올해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사람 중심 과학기술·ICT’를 실천하며 발전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