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이 “공공기관 채용은 공개경쟁이 원칙”이라며 사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일괄 전환에 반대 성명을 냈다. 공공기관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선언한 곳이어서 파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규직화 '무임승차'에 반대…인천공항 노조 "시험 보고 들어와라"
13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로 구성된 공항공사 노조는 최근 성명서에서 “청년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들어가는 공기업 일자리를 비정규직에게 무조건 승계하도록 하는 것은 평등한 기회에 반한다”며 “비정규직 전원 직고용은 청년들의 선호 일자리를 강제로 선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공부문 채용은 공개경쟁을 하되, 관련 경력이 있는 (비정규직) 직원에게 가점을 주는 ‘공정채용’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공사에는 보안검색, 시설관리 분야에 외부에서 파견된 비정규직 6903명이 일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85%에 달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5월12일 첫 현장 방문지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았고, 당시 경영진은 “공사 비정규직 전원을 연내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방식을 놓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개입하면서 회사 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런 가운데 인천공항공사 노조가 비정규직을 옹호하는 민주노총 등에 맞서 사측 입장을 지지함에 따라 노사 갈등이 노·노(勞·勞) 갈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개별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규직화를 서두르다가 부작용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 노동전문가는 “극적 효과를 노린 비정규직 제로 선언보다는 세밀한 설계와 준비를 거쳐 추진됐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고경봉/심은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