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외교전쟁이 한창인데, 한국의 외교에 관해 자꾸 뒷말이 나온다. 안 해도 될 말을 해 혼선을 빚고, 해명이 해명을 부르고,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는 식이다. 미국의 ‘아시아 신(新)질서’ 구상에 세계 이목이 쏠렸는데, 매끄럽지 못한 외교 언사로 조명을 받는 건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해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의 뜬금없는 발언부터 그렇다. 그는 그제 신(新)남방정책을 설명하면서 “일본이 인도·퍼시픽(태평양) 라인을 구축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해 풍파를 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참여한다고 동의한 적 없다”고 해명하더니, 나중에는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정정했다. 한·미 정상 공동발표문에 담긴 내용을 청와대 참모들이 세 차례나 다르게 주석을 단 꼴이다.

물론 한·중 사이에 낀 외교의 고충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 소관도 아니고, 묻지도 않은 것을 언급해 ‘카드’를 들춰보이는 것은 아마추어로 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중국은 한국을 더 압박하고, 미국은 이런 한국에 의구심을 키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게다가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중국이 얘기하는 3불(不)정책은 상식이고 흔쾌히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일련의 행보를 통해 ‘균형외교’를 명쾌하게 정리했다지만, 참모들 입에선 다른 말이 나오니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갸우뚱한다.

한·미 정상만찬을 두고서도 미국 측에선 “양국 정상이 주인공이 돼야 할 자리에 한·일 역사문제가 부각돼 유감”이란 반응이 나왔다. 위안부 피해자와의 포옹, 독도 새우 등이 의도적 연출이었다면 ‘외교 결례’란 비판도 있다. 굳이 미국과의 정상외교에서 일본을 자극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나라 밖이 아니라 내부 지지층을 의식한 외교가 아니길 바란다.

외교는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다. 외교의 제일 덕목은 신뢰이고, 목표는 오로지 국익뿐이다. 앞으로 한·미 FTA, 방위비 분담 등 지난한 협상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과도 이런 불편한 관계로 계속 갈 수는 없다. 외교의 기본인 ‘전략적 모호성’도 모르는 이들이 외교를 하는 게 아닌지 걱정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