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서 처음 몰아본 애스턴 마틴
필자 부모님은 영국 런던 북쪽 작은 마을에 살았다. 애스턴 마틴 본사가 있던 뉴포트 패그넬 근방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 애스턴 마틴 자동차를 감탄하며 바라보곤 했다. 애스턴 마틴은 영국 자동차의 상징이었고, 그 차를 갖는 것은 당시 소년들의 꿈이었다.

애스턴 마틴을 운전할 수 있는 첫 기회가 한국에서 있게 될 줄 그 당시 상상이나 했을까. 2015년 애스턴 마틴을 수입하기 시작한 이계웅 기흥모터스 대표 초대로 강원 인제 스피디움에 갔다. 그간 기다림 보람이 있었다. 그곳에서 애스턴 마틴과 또 다른 영국 스포츠카인 맥라렌을 몰아볼 수 있었다.

영국은 일류 제조 국가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날 때 필자는 깜짝 놀란다. 지난 수년 동안 금융과 서비스업이 제조업보다 중요해졌지만 영국은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의 제조 부문을 갖고 있다. 자동차는 그 가운데 하나다. 영국은 세계 최대의 럭셔리 자동차 제조국이다. 벤틀리와 롤스로이스는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이 기업들은 영국인 소유가 아니지만 수십 년에 걸친 기술을 토대로 영국에서 계속 생산되고 있다.

뛰어난 기술과 애스턴 마틴 및 맥라렌, 로터스 같은 자동차에 구현된 유산은 영국이 왜 세계 11개 포뮬러 원 자동차 경주팀 가운데 9개 팀, 그리고 모든 전기식 포뮬러 E 경기 시리즈 등의 본거지인지 말해준다.

영국은 한국 자동차를 수입하지만 수출국이기도 하다. 자동차는 한국으로의 3위 수출 품목이다. 필자는 운 좋게 영국 재규어를 이곳에서 타고 다닌다. 재규어와 랜드로버 차량이 몇 대나 한국에서 돌아다니는지 살펴보는 것은 상당한 즐거움이다.

영국 자동차 부문은 노동자 1인당 부가가치로 따지면 유럽에서 가장 생산적이다. 독일보다 앞서 있다. 영국 정부는 연구개발(R&D)과 혁신에 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영국 자동차 회사가 선두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영국 정부는 2040년부터 가솔린 및 디젤 차량의 신규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 결정은 자동차산업이 더 빨리 전기차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한국과 영국이 자동차 분야에서 협력할 여지는 많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사이버 보안이다. 자율주행차 시대에 자동차를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영국은 이 분야에서 최첨단에 서 있다.

주한영국대사관은 오는 18일 ‘Automotive is GREAT(오토모티브 이즈 그레이트)’라는 마케팅 캠페인을 론칭한다. 영국 자동차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이다. 필자는 이 행사가 한·영 양국 자동차업체 간 생산적인 협력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찰스 헤이 < 주한 영국대사 enquiry.seoul@fco.gov.u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