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틀 로켓맨(김정은)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언급에 대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또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북한 동해 쪽 국제 영공까지 비행한 데 대해 “자위권을 발동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사진)은 25일 숙소인 미국 뉴욕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오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며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 말이라 이것은 명백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선전포고를 한 이상 앞으로는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쏘아 올려 떨굴 권리를 포함해서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가 더 오래가는가 하는 것은 그때 가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무상은 간략한 성명을 발표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방금 북한 외무상의 유엔 연설을 들었다”며 “만약 그가 리틀 로켓맨(김정은)의 생각을 반영했다면 그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앞서 이 외무상은 같은 날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유엔의 대북 제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우리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우리 공화국에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정신이상자’ ‘거짓말 왕초’ 등으로 지칭하며 맹비난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2일 밝힌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에 대해 “수소탄 실험을 태평양상에서 하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해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중국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 위원장·이 외무상 간에 험한 말폭탄이 오가면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것과 관련해 미·북 양국에 대해 언행을 신중히 하라고 경고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북은) 상호 자극으로 한반도 정세의 불 위에 기름을 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