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지하철은 가성비 좋은 5000억짜리 복지"
“지하철 요금은 1250원인데 1인당 수송원가는 1319원입니다. 어르신과 장애인 등에 대한 요금 감면으로 평균 운임은 945원에 불과해 재무적으로만 생각하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죠. 중앙정부의 비용 보전이 절실합니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사진)이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도시철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시철도(지하철)의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중앙정부가 보전해 주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이런 내용의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것은 처음이다.

김 사장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정부가 지하철 적자를 메워줘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서울지하철 1~9호선 적자(당기순손실)는 3917억원이고, 이 중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기대수익)이 3623억원이라는 설명이다. 무임승차 중 65세 이상 노인 비중은 73.7%다. 부산, 대구 등 전국 도시철도를 포함하면 무임승차 손실은 한 해 5000억원이 넘는다.

김 사장은 지하철 무임승차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복지정책’이라고 했다. 이른바 ‘5000억원짜리 복지론’이다. 그는 “정부 복지정책 중 5000억원의 예산을 가지고 이만한 효과를 보는 정책이 또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어르신들이 지하철을 무료로 타면서 실버택배 같은 비즈니스도 생기고, 건강 유지에도 도움을 줘 건강보험 재정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 5월 출범한 서울교통공사는 기존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분리된 지 23년 만에 통합된 서울지하철 운영 기관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인력 1만5674명, 자본금 21조5000억원으로 국내 최대 지방공기업이다.

통합공사 초대 수장을 맡은 김 사장은 ‘경영기획 전문가’다. 1986년부터 KT에서 20년 넘게 기획, 혁신업무를 맡았고 2012~2014년에는 차병원그룹에서 일했다. 2014년 서울도시철도 사장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서울메트로 사장을 지냈다. 통합 지하철공사를 이끌기 위한 ‘경영수업’을 받은 셈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비(非)전문가 논란’에 대해서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최고경영자(CEO)의 능력은 업(業)의 본질을 이해하고 가용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조직의 목표를 얼마나 달성해내느냐로 평가돼야 한다”며 “지하철공사 사장이 지하철 운행과 정비를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최근 관심이 쏠리고 있는 ‘24시간 지하철 운행’에는 신중한 견해를 보였다. 김 사장은 “운행 노선, 구간, 사회경제적 영향 분석, 다른 교통수단에 미치는 영향, 유지보수 시간 확보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연말께 나오는 용역 결과를 받아보고 시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지하철 내 안전을 책임지는 ‘지하철 보안관’에게 폭력이나 모욕을 주는 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도입한 근로자이사(노동이사)제도에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표시했다. 근로자이사는 근로자 대표 한두 명이 이사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근로자 경영참여제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 16곳(정원 100명 이상) 중 여덟 번째로 근로자이사를 임명했다. 김 사장은 “전례가 없어 ‘걱정 반, 기대 반’인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내달 첫 이사회가 열리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용/백승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