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정 다래파크텍 대표가 무인주차정산기를 들고 자동주차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김호정 다래파크텍 대표가 무인주차정산기를 들고 자동주차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요즘 서울의 웬만한 대형 건물 주차장에선 운전자들이 주차권을 뽑기 위해 멈춰 설 필요가 없다. 주차장 입구에 차량이 진입하면 센서가 차량 번호판을 자동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 자동차번호 인식 주차시스템은 국내 주차관리서비스 1위 업체인 다래파크텍이 2006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한 기술이다. 김호정 다래파크텍 대표는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해외에서 온 여행객이 주차장을 이용할 때 가장 놀라는 부분”이라며 “올해 주차장 무인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로 첫발 뗀 국산화의 길

다래파크텍(설립 초기엔 다래엔지니어링)은 1986년 설립됐다. 김 대표는 1980년대 초 독일 유학 중 주차장 시스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국보다 자동차가 빠르게 보급된 독일에서 식당 등을 가기 전엔 항상 전화로 주차가 가능한지 물어보는 문화를 지켜보면서다. 김 대표는 “설립 초기에만 해도 주차요금을 낸다는 인식 자체가 국내에 거의 없던 상황이었다”며 “한국도 독일처럼 자동차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보고 주차장 사업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다래파크텍 "대형 건물 주차장 70% 이상 우리제품 씁니다"
설립 초기에는 일본이나 유럽 등 주차시스템 선진국에서 제품을 수입해 의뢰를 받고 설치해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외환위기가 찾아오자 상황이 바뀌었다. 환율 때문에 수입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이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그는 “외환위기가 다래파크텍이 주차시스템 관련 기술 국산화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래파크텍은 해외 경쟁사 기술을 모방하는 수준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쟁사에는 없는 제품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2003년 부산시 공영주차장 관리시스템 사업에 먼저 도전장을 던졌다. 김 대표는 “주차권을 뽑는 대신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로 인식하고 들어온 뒤 나갈 때 같은 카드로 계산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최초로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당시엔 결제금액 1000원 이하는 카드로 계산이 되지 않아 일일이 카드사와 특약을 맺고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세계 첫 자동 차량번호인식 상용화

자동차번호 인식 시스템은 다래파크텍이 2006년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2006년 부산역에 처음으로 설치한 자동번호인식 시스템은 10년의 내구연한이 지나고도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당시 “KTX는 빠른데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고객 불평을 해결하기 위한 코레일의 의뢰로 설치했다. 코엑스, 킨텍스는 물론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잠실종합운동장 등에도 다래파크텍의 시스템이 도입됐다. 김 대표는 “국내 대형 주차장의 70% 이상이 다래파크텍 주차관리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며 “요즘은 여러 업체에서 번호인식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한국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번호인식 정확도 100% 인증을 받은 곳은 우리 회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래파크텍의 올해 매출 목표는 40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292억원)에 비해 37%나 증가한 금액이다. 김 대표는 “(인건비 증가 등 이유로) 주차장을 무인화하는 곳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낙후된 주차시설을 신제품으로 교체하기 위해 찾는 고객사의 발길이 잦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의 스마트빌딩 주차유도 시스템 등을 수주해 수출량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2020년에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