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사람] 신동호 연설비서관, 감성 언어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 정치' 도와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문은 간명하고, 감동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 “임기 동안 노무현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습니다.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노 전 대통령 추도식)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 ‘연설 정치’를 보좌하는 인물은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사진·52). 연설문은 대통령 본인은 물론 여러 참모진의 손을 거치지만 기본 틀은 신 비서관 손에서 시작된다. 강원 화천에서 태어난 신 비서관은 강원고 3학년 때 강원일보 신춘문예에서 ‘오래된 이야기’로 등단한 시인이다. 한양대 국문학과(85학번) 재학 때 대학 1년 후배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학생운동을 했다. 임 실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이었고 신 비서관은 전대협 문화국장이었다.

신 비서관은 2012년 대선 때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문 대통령이 2015년 2월 당대표에 취임한 뒤 비서실 부실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담당했다. 지난해 10월 임 실장, 양정철 전 비서관 등으로 꾸려진 ‘광흥창팀 13인’ 멤버이기도 하다. 신 비서관은 현실 정치를 감성적 언어로 풀어내 국민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면서 설득하겠습니다(노 전 대통령 추도사)’,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현충일 추념사)’ 등도 쉬운 언어로 탈권위와 국민 통합이라는 문 대통령의 핵심 가치를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직접 연설문을 빨간 펜으로 고치고 수정하는 경우가 많아 연설비서관실이 비상대기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추도사에서 대통령 재직 중에는 다시 오지 않겠다는 내용은 문 대통령이 마지막에 직접 포함한 내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일 문 대통령의 독일 방문 당시 ‘쾨르버재단 연설’을 2시간 앞두고 문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연설문에 반영하라고 지시하면서 신 비서관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도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