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과 함께 미국 월가에서도 퀀트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컴퓨터로 수많은 거래 데이터를 분석, 수학과 통계기법을 접목시켜 최적의 투자패턴을 찾아 수익을 올리는 퀀트 헤지펀드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업체 탭그룹 자료를 인용해 올들어 퀀트펀드가 미국의 주식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를 기록, 2013년 14%에서 4년만에 약 두 배로 높아졌다고 22일 보도했다. 지난 1분기말 기준 퀀트펀드의 운용자산도 9320억달러로 전체 헤지펀드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2009년 4080억달러에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WSJ는 1분기 퀀트펀드에 46억달러의 신규 투자금이 몰렸다며 헤지펀드 전체로는 55억달러가 순유출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고 전했다. 낮은 수익률과 고액수수료 논란으로 헤지펀드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지만 퀀트펀드는 정반대라는 설명이다.

퀀트펀드의 인기 비결은 높은 수익률에 있다. 최근 5년간 퀀트펀드의 연 수익률은 5.1%로 헤지펀드 전체 평균인 4.3%를 능가했다. 올 1분기에도 퀀트펀드의 수익률은 3%로 헤지펀드 전체 평균 2.5%를 앞섰다.

퀀트펀드는 빅데이터와 AI 기술의 발달에 힘 입어 투자예측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세계 주요 경제 및 금융 데이터에 실시간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거래적중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 때 각광받던 초단타 매매는 증시 변동성이 낮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의 수익률 경쟁에서도 퀀트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퀀트펀드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시몬스 회장은 지난해 16억달러를 벌어들여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위를 차지한 시타델의 창업자 켄 그리핀 회장도 퀀트거래의 대가다.

WSJ는 “과거 수십 년 동안 투자자들은 데이터 중심의 거래가 금융시장을 지배 할 때를 상상했다”며 “마침내 그날이 도래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