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민 치유하는 정치" 강조하자 鄭 "더 강한 야당" 신경전도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10일 뒤바뀐 입장으로 만났다.

과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이 당선 첫날 이제 야당이 된 한국당의 여의도 당사를 방문해 협치 가능성을 타진한 자리에서다.

양측은 덕담과 진심어린 조언을 나누면서도 향후 정국 운영을 놓고 뼈있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먼저 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저희들은 문 후보의 안보관을 많이 비판한 사람들인데 이제 대통령이 됐으니 불안한 안보관을 해소해주고, 한미관계라든지 대북관계에 대해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대표는 "좋은 정책을 많이 발표했기 때문에 정책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사 문제에 대해 "인사가 만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 않나.

이번 인사 문제가 앞으로 정부를 끌어갈 인사들이 될 텐데 훌륭한 인사들이 적재적소에 가는 인사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평소 탕평책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그 이야기는 적재적소에 인물을 앉히겠다는 말씀일 것"이라며 "좋은 인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홍준표 후보께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홍 후보와는 통화했다"며 "앞으로 당연히 국회를 존중하고, 국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야당과도 소통하고 대화해서 국정 동반자로 함께 하는 자세로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안보문제, 한미동맹 등 이런 부분은 한국당에서 조금 협력해준다면 잘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안보에 관한 중요한 사안들은 야당에도 늘 브리핑할 수 있도록 안보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지혜를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치가 과거처럼 대립하고 분열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는 정치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간곡하게 협조를 청하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정 대표는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할 때보다 저희가 더 강한 야당이 될지도 모른다"며 뼈있는 농담을 한 뒤 "국민에 대한 사랑, 국민과의 소통, 관용의 정치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포용할 수 있고 많은 국민에게 베풀 수 있는 관용의 정치를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20년 전체를 놓고 조금 성찰하는 자세로 해나가겠다"며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살리면서도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함께 해나간다면 상처가 깊은 국민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또한, 문 대통령은 서민·민생 정책에 신경 써달라는 이현재 정책위의장의 발언에 "수시로 야당 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모셔서 함께 논의하는 협치와 소통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이슬기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