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겉으론 중국 더블스타와 산업은행 간의 금호타이어 매각 재협상을 앞두고 고용 보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임금을 올리는 게 목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어수선한 틈을 타 노조가 잇속 챙기기에만 골몰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노조는 노조원에게 보낸 속보 자료를 통해 “지난해 마무리되지 않은 임금협상을 끝내기 위해 다음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사측을 압박할 것”이라며 “매각 상황과 연계해 파업을 포함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임금협상안은 회사 매각을 앞두고 최종 투표 과정에서 부결됐다. 매각을 코앞에 둔 긴박한 시점에서 사측을 임금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고용 보장은 물론 임금 인상 약속을 받아내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금호타이어 인수전의 승자가 누가 되든 회사를 더 어렵게 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파업으로 회사 경영난이 심해질 게 불 보듯 뻔해서다. 과거에도 금호타이어 노사는 임금 협상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노조는 2015년 역대 최장기간(8월17일~9월20일) 파업을 강행했다. 회사는 같은 해 3분기 6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5년6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거래처와의 신뢰 관계는 물론 회사의 투자 계획마저 차질을 빚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임금 인상을 이유로 파업에 들어가면 금호타이어의 경쟁력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노사 간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파업은 다 같이 죽자고 덤비는 것”이라며 “공장을 세우는 일이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