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는 올초 미국 라카와나 가스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2억달러 규모 선순위 대출을 해주는 거래에서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프로젝트의 전체 자금조달 규모는 8억달러. 나머지 변동금리 대출과 고정금리 채권 등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에너지파이낸스서비스(GE EFS)와 BNP파리바, 푸르덴셜생명 등 글로벌 ‘큰손’들이 맡았다. 미국 대형 에너지 프로젝트 자금조달 사업에서 국내 증권사가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건 하나금융투자가 처음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자본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대체투자 시장의 최강자 중 하나로 꼽힌다.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1조9194억원으로 증권업계에서 8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대체투자 분야만 놓고 보면 웬만한 대형 증권사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동산, 인프라, 항공기,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 투자 분야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잇따라 거래를 따내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하나금융투자 대체투자 조직의 강점으로 ‘속도’와 ‘전문성’을 꼽는다. 대체투자금융실의 경우 전체 인력 11명 중 8명이 해외에서 투자업계 경력을 시작했거나 해외 근무를 통해 경험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최근 두 건의 항공기 금융 프로젝트(약 1700억원)와 두 건의 태양광 프로젝트(약 1300억원)를 수주하면서 총액 인수를 결정했다. 총액인수는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일단 매입 대상을 사들인 뒤 기관투자가에 재판매(셀다운)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투자 관련 의사결정이 빠른 덕분에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는 쉽지만, 셀다운에 실패하면 총액인수한 물량을 증권사가 모두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뒤따른다.

진형주 하나금융투자 대체투자금융실장(상무)은 “경험이 쌓이면서 추후 기관들이 투자할 가능성이 높은 우량 상품만 콕 집어 골라내는 ‘선구안’이 생겼다고 자부한다”며 “우량 물건을 총액인수한 뒤 재판매까지 순조롭게 마친 트랙 레코드가 쌓이자 국내외 업체들이 괜찮은 투자건을 하나금융투자에 제안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IB사업단 내 다른 부서들도 대체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본시장본부에 있는 사회간접자본(SOC)실은 지난해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오피스 빌딩 투자건을 성사시켰다. 올해 초에는 한국중부발전이 전북 군산에 국내 최대 규모(200㎿)로 건설에 들어간 바이오매스 발전 프로젝트에 금융약정을 했다. 구조화금융실은 지난해 폴란드 아마존 물류센터 투자건을 따내 기관에 재판매를 마쳤다.

하나금융투자는 조직 개편을 통해 대체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채비를 갖췄다. 하나금융지주 계열 KEB하나은행과의 협업을 강화해 프로젝트별 투자 규모를 늘리고, 신규 대체 투자분야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은행 IB부문과 공동 투자를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넘어서는 초대형 프로젝트도 수행하기 위해서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