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18일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정답지는 한국은행과 비슷했지만 문제풀이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양 기관 모두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6%로 상향 조정한 것은 같다. 세계경제 회복세가 주된 근거였지만 KDI는 보다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과잉투자 등 하방위험 요인으로 향후 회복세가 둔화될 위험을 제기했다.
성장 전망 올린 KDI "추경 신중해야"
수출 늘고 설비투자도 확대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이유에 대해 “지난 5~6년 동안 전망치를 밑돌던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세계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4%로 올려 제시했다. 지난해 성장률 3.1%보다 높은 수치다. 한국은행도 지난 13일 IMF 전망 등을 근거로 “선진국 성장세가 확대되고 신흥국 회복세도 지속될 것”이라며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세계경제 성장은 수출에 호재다. 대외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반도체산업 호황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KDI는 올해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두 배가 넘는 4.0%로 상향 조정했다.

경상수지 흑자도 당초에는 857억달러를 예상했다가 894억달러로 올려 잡았다. 반도체와 건설산업을 중심으로 투자 증가세도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는 기존 2.9%에서 4.3%로, 건설투자는 4.4%에서 6.4%로 상향 조정했다.

소비 둔화, 대외 불확실성이 문제

KDI는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민간 소비 둔화로 내수 회복은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소득증가율이 감소하는 가운데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비스업 부문에서 위축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불확실성은 대외 부문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과잉 투자·부채 문제를 겪고 있는 중국에서 급격한 부채조정과 자본유출이 일어나면 세계경제 성장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우려로 2018년 성장률 전망치는 2.5%로 올해보다 0.1%포인트 내려 잡았다. 한국은행이 올해 대비 0.3%포인트 올린 2.9%로 설정한 것과 대비된다.

KDI는 물가상승률을 비롯한 경제지표가 안정권에 들어설 때까지 통화완화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물가상승률은 올 들어 유가와 농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물가안정목표인 2% 안팎까지 올랐지만 근원물가(농산물 등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기조적인 물가)는 1%대 중반으로 정체돼 있다.

KDI는 다만 일부 대선후보들이 새 정부 출범 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예고하고 있는 것과 관련, “추경 편성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경기가 급락하고 실업 위기가 커질 때 추경을 편성해야 하는데 현재 그런 상황은 아니다”며 “다만 대내외에서 위험요인이 현실화하는 경우에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오형주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