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강소기업] 덕산하이메탈·송원산업…독보적 기술력으로 해외시장 선점
울산의 주력산업이 흔들리고 있지만 울산 강소기업들은 독보적인 기술력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덕산하이메탈(회장 이준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솔더볼을 만드는 업체다. 솔더볼은 반도체를 패키징할 때 반도체 칩과 전자회로기판(PCB)을 연결해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공 모양의 초정밀 부품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반도체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는 일본 센주메탈에 이어 2위다. 이 회장은 차세대 OLED TV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에 주목하며 이 분야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5년 안에 매출 1조원의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송원산업(대표 박종호)은 세계 2위 폴리머(플라스틱 원재료) 첨가제 전문업체다. 산화방지제 광안정제 등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 첨가제와 안정제 300여개 품목을 생산해 38개 해외 영업망을 통해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만 7000여억원에 이른다. 박 대표는 올해 12억명의 소비자가 있는 인도 시장과 중동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시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2000년 한국알콜 부설연구소로 출발한 이엔에프테크놀로지(대표 지용석)는 2008년 LCD의 색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 개발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중견기업(지난해 매출 3320억원)으로 변신했다.

일진파워(회장 이상업)는 국내 플랜트 업체들이 줄줄이 부도 도미노에 빠진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1989년 4월 울산 달동의 한 무허가 건물에 66㎡ 남짓한 규모의 화력발전소 설비를 보수하는 작은 업체로 출발한 이 회사는 20여년 만에 매출 12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변신했다. 2009년 말 한국형 원전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을 성공적으로 이끈 기술력을 갖췄다. 2002년 하동화력발전소를 시작으로 당진, 울산, 일산열병합, 평택 등 6개 화력발전소의 정비 공사도 수행하고 있다.

NVH코리아(회장 구자겸)는 자동차 엔진이나 창문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 및 떨림을 해결해 주는 장치를 통칭하는 NVH 시스템 국내 1위 업체다. 회사는 지난해 2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중국 인도 러시아를 비롯 대만 터키 슬로바키아 체코 미국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선박통합네트워크 전문기업 네트(사장 이진웅)는 올해 초 전남 장성의 고려시멘트 석회석 지하채굴 현장에 와이파이(Wi-Fi) 무선통신망을 기반으로 작업자와 작업 차량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업을 총괄한 권혁순 부사장은 “갱도 밖 현장사무실에서도 스마트폰과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작업자와 차량의 실시간 위치 추적은 물론 통화도 가능해 지하채굴 현장의 안전성 확보와 생산성 향상 효과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국일인토트(사장 이종철)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실링 제품 국산화에 뛰어들어 미국 중동 등 21개국에 연간 300만달러어치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이 사장은 “1982년만 해도 실링 제품하면 구멍 난 상하수 배관의 땜질 재료부터 떠올렸다”며 “하지만 초고압과 고온 등 극한 환경을 견뎌내는 특수산업용 실링제품 전성시대가 곧 올 것이라 믿고 국산화에 매달렸다”고 회상했다.

전기·전자 소재 전문기업인 제일화성(대표 임종일)은 반도체와 인쇄회로기판(PCB) 분야에 적용되는 고기능성·열경화성 수지를 상용화했다. PCB용 수지는 PCB에 각종 전기·전자 장치를 부착하는 접착제와 보호필름 역할을 동시에 하는 중요한 소재다. 제일화성은 외국 기술에 의존하던 PCB의 고내열 소재를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대량 생산해 세계적 화학기업인 미국 헥시온에 연간 1000만달러어치를 공급하기로 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