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스케치]'패트리어트 데이', 추격전보다 감동에 초점 맞춘 실화영화
[ 오정민 기자 ] '4일 간의 위대한 추격실화'란 카피를 내세운 할리우드 영화 '패트리어트 데이'는 범인 추격보다 실화의 감동에 초점을 맞춘 애국영화다.

2013년 4월15일 발생한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소재로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책임감을 갖춘 개인의 역할과 용기, 희망을 이야기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는 1775년 미국 독립전쟁의 첫 전투가 열린 4월15일 '패트리어트 데이'를 기념해 매년 마라톤 대회를 연다. 2013년 당시 패트리어트 데이에는 러시아 체첸공화국에서 온 이민가정 출신 타메르란·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가 저지른 테러로 26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영화는 테러 용의자를 쫓는 미국 경찰과 연방수사국(FBI), 보스턴 시장 등 공직자의 노력과 함께 당시 사태에 용기 있게 대처한 보스턴 시민들의 모습을 차분한 어조로 그려낸다.

주연인 경찰 토미 손더스를 맡은 마크 월버그의 속도감 있는 추격전과 활약상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겠다.

'킹덤', '핸콕' 등 기존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과 다른 결의 블록버스터를 선보였던 피터 버그 감독이 연출을 맡아 사건 전후 공직자와 각 피해자들의 모습을 담아내는데 주력한다.

사건 현장을 사실감 있게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기록 영상 등을 혼입하는 '하이퍼 리얼리즘' 장르를 차용했다. 이에 관객은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뉴스, 스틸샷, 사건 당시 음향 등을 통해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말미에는 사건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담아 실화영화의 정체성을 한층 강조한다.

버그 감독은 제작 배경에 대해 "온 도시가 힘을 합쳐 범인을 잡아내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며 "군대와 경찰이 보여준 타인을 위한 용기가 영감을 줬다"고 밝혔다.

재난 상황에 대한 공직자들의 희생 정신과 책임 있는 자세, 희망을 말하는 피해자들은 감동적이지만 133분의 긴 러닝타임은 부담 요인이다. 또한 러시아 체첸공화국 출신 무슬림 용의자와 목격자인 중국인 던 맹을 비추는 방식은 미국 우선주의적이란 느낌을 준다.

최근 몇년간 대형 사건사고가 줄 이은 한국에 사는 관객에게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이고, 공직자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가 되겠다.

'패트리어트 데이'는 2016년 전미 비평가협회의 올해의 영화로 선정됐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아 다음달 6일 개봉 예정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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