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맹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달 산유량을 늘렸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미국 셰일오일 업계와 다시 증산 경쟁을 하는 ‘치킨게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4% 하락한 배럴당 47.72달러에 마감했다. 7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3개월래 최저치로 감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런던 ICE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도 0.8% 떨어진 배럴당 50.9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사우디의 산유량이 증가했다는 예기치 못한 소식이 투자자를 당황시키며 유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발표된 OPEC 월례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는 전달보다 27만배럴 증가한 1001만1000배럴을 생산했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비OPEC 산유국의 감산 합의를 주도한 사우디가 약속대로 감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원유 공급 과잉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이날 보고서에선 러시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은 지난달 아예 감산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둘째주 미국 내 원유 재고량이 전주보다 320만배럴 늘어난 5억2800만배럴을 기록해 10주 연속 증가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날 발표한 긴급성명을 통해 “지난달 산유량이 늘어난 건 재고 조정, 월간 변수 등에 따른 것”이라며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감산 기조는 유지돼야 한다”고 해명했다.

미국 에너지투자회사 워윅에너지의 케이트 리처드 최고경영자(CEO)는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석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재정 확충을 위해 감산 합의를 깰 수밖에 없다”며 추가적인 유가 하락을 전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