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5년] 한국기업 미국 투자는 '그린필드형'…고용 효과 커
삼성전자는 1998년부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9개월 뒤인 2012년 12월 이 공장에 39억달러 추가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자동차는 한·미 FTA 이후 미 앨라배마 공장에 약 21억달러를 투자했다. 고용 인원은 3000명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대(對)미국 투자 가운데 상당수가 공장 등을 새로 짓는 ‘그린필드형 투자’여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고용 창출 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때문에 미국의 무역적자가 늘었다고 말한 뒤 이 협정은 한국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는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까지 몰아붙였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는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보다 5배 가까이 많았다. 게다가 투자의 대부분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그린필드형 투자로 분류된다. 그린필드형 투자는 공장 및 사업장을 설치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지분을 인수하는 투자 방식과 달리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

산업부 관계자는 “FTA를 체결하면 투자자 보호 장치가 갖춰지기 때문에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 기업의 직접투자 1위 국가는 미국”이라고 설명했다. FTA를 맺으면 외국인 투자자가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도 투자를 늘리는 요인이다.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액(도착 기준)은 2012년 57억달러에서 지난해 129억달러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는 앞으로도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달 초 LG전자는 테네시주에 세탁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미국에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한국 기업이 미국 내에서 4만7000명(2014년 기준)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에서 5만5000개 일자리가 한국과의 교역 덕분에 생긴 것으로 추산했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상위 12개 한국 기업이 2015년 기준으로 3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이는 FTA 발효 첫해인 2012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서비스수지는 미국이 흑자

한국에 대한 미국의 서비스수지는 한·미 FTA 발효 후 매년 100억달러 안팎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FTA 발효 전인 2011년 69억달러였던 흑자 규모는 2012년 75억달러, 2013년 103억달러, 2014년 95억달러, 2015년 94억달러를 기록했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무역수지는 한국이 흑자지만 서비스 교역에서는 양국의 상황이 반대”라며 “세계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양국 간 교역이 늘어났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지 어느 한쪽이 손해를 봤다는 시각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FTA에 대한 미국의 문제 제기는 너무 파편적”이라며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많은 것을 두고 한국이 불공정행위를 한 것이라고 몰아가는데 그런 상황이면 재협상이 아니라 분쟁 해결절차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 오형주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