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부는 글로벌 경기] 신흥국 원자재값 반등·미국 경기 호조로 '기지개'
2015년 121억달러(약 13조원) 순손실을 낸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는 지난해 40억달러(약 4조원)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주요 수익원인 철광석 가격이 현재 t당 87달러로 2015년 말 39달러에서 두 배 넘게 오른 덕분이다.

베트남 섬유업계는 최대 호황을 맞았다. 2009년 70억달러였던 베트남 섬유업 전체 매출은 작년 260억달러에 달했다. 캘빈클라인, 토미힐피거, 랄프로렌 등에 옷을 납품하는 나베가먼트의 마이클 래스코 이사는 “미국 시장 수요가 강하고 싼 임금을 찾아 중국에 있던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기면서 호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처럼 원자재값 상승과 미국 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신흥국 경기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국제금융협회(IIF)가 매달 발표하는 월간 신흥국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지난 1월 연환산 6.4%로 201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흥국과 선진국 간 교역이 활발한지, 침체인지를 보여주는 컨테이너 운임도 가파르게 올랐다. 운임정보업체 제네타에 따르면 중국·북유럽 노선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1년 전 500달러 미만에서 현재 3285달러로 상승했다.

FT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걱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한 불안이 가시면서 낙관론이 커졌다”고 전했다.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누그러들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발길도 다시 신흥국으로 향하고 있다. IIF에 따르면 작년 10~12월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380억달러가 빠져나갔지만 올 1월에는 120억달러가 들어왔다.

신흥국 경제가 소비와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선 것인지에 대해선 신중론이 제기된다. 바누 바웨자 UBS 신흥시장 투자전략 부문장은 “최근 원자재값 상승은 수요 증가보다 구조조정, 파업과 같은 공급 감소에 의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브라질과 러시아 등의 성장률 반등도 극심한 경기침체 후 나타난 기저효과”라며 “신흥국 랠리에 올라타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경기 확장이 계속될지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