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의 공약이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책을 구상한 배경부터 목표까지 통계 수치를 나열하며 구체적으로 밝히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큰 그림’ 위주로 방향만 제시하는 후보도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대선주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약의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겠다거나 기초연금을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군복무 기간을 18개월로 줄이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 비율을 40%로 높이겠다고 한 것도 ‘목표 제시형 공약’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구체적인 목표보다는 ‘화두’를 던지는 방식으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20일 경제 공약을 발표하면서 △공정한 시장경제 △혁신형 경제성장 △개방형 통상국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일자리를 몇 개 늘리겠다거나 경제성장률을 얼마나 높이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수치는 내놓지 않았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공약의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 의원은 19일 노인 복지 공약을 발표하면서 △75세 이상 노인 빈곤율 59.8% △2015년 기준 치매 환자 65만명 △독거노인 151만명 등을 근거자료로 제시했다. 빈곤 노인들이 폐지 1㎏을 수집해 팔면 70~80원을 받으며, 하루 100㎏을 팔아도 한 달 수입이 20만원에 불과하다는 내용까지 공약발표문에 넣었다. 공약발표문이 논문 같다는 평까지 나온다.

대선주자들의 공약 발표 스타일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는 평가다.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문 전 대표의 방식은 ‘준비된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있다. 하지만 내용이 구체적인 만큼 반박을 당하기도 쉽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은 연간 수십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큰 그림 위주로 공약을 내놓는 안 지사는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 의원은 경제학 박사다운 내공이 엿보이지만 여론에 영향을 미칠 만한 대형 공약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