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옛터에 대구창조단지 3월 문연다
삼성의 창업 신화를 간직하고 있는 대구 침산동 옛 제일모직터가 창업·관광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대구시는 삼성의 모태가 된 옛 제일모직터 일대 3만6574㎡를 비수도권 최대의 창업 거점이자 세계적인 산업관광지로 조성해 이르면 3월께 개장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대구삼성창조단지’ 또는 ‘대구삼성 크레이티브 캠퍼스’가 단지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이곳은 공식 개장 전이지만 부분 개방으로 시민들이 카페와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단지는 삼성존, 벤처창업존, 문화벤처융합존, 주민생활 편익존 등 4개존으로 구성됐다. 가장 큰 볼거리는 삼성존이다. 삼성상회와 제일모직기념관, 호암 이병철 회장 동상이 들어섰다. 1938년 대구 서문시장 인근인 중구 인교동에 이 회장이 세운 삼성상회는 1990년대 후반 철거됐다. 복원에는 남아 있는 당시 삼성상회 자재를 일부 활용했다.

이 회장 집무실을 그대로 보존한 기념관은 제일모직의 역사와 기록을 담고 있다. 공장 굴뚝도 복원했다.

삼성상회는 이 회장이 고향인 경남 의령에서 대구로 와 종잣돈 3만원으로 시작한 첫 사업이다. 이 회장은 당시 춥고 배고픈 서민들의 먹거리 해결을 위해 제분기와 제면기로 ‘별 세 개(삼성)’를 브랜드로 그린 ‘별표국수’를 만들었다. 이 회장은 무역업도 했다.

대구에서 번 3억원으로 부산에서 제일제당을 설립한 이 회장은 이듬해인 1954년 대구에 제일모직을 세웠다. 섬유산업 불모지였던 당시 국내에 면방공장은 몇 개 있었지만 모직공장은 제일모직이 처음이었다. 당시 제일모직 공장은 광복 이후 최대 규모의 공장으로 대구에선 ‘1공단’으로 불렸다. 1996년 경북 구미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공장은 폐쇄됐고 기숙사와 이 회장 집무실만 보존돼 왔다.

담쟁이덩굴로 둘러싸인 고풍스러운 외관의 여자 종업원 기숙사 다섯 동은 문화벤처융합존으로 바뀐다. 공방과 전시공간인 대구창작아트센터와 오페라체험관도 들어선다. 금융산업 지원을 위한 미래산업금융센터도 입주한다.

당시 국내 최초의 여자 종업원 기숙사였던 이곳은 스팀 난방시설이 처음 설치됐고 욕실과 세탁·다리미실, 휴게실 등이 갖춰져 있는 데다 공장 곳곳에 정원도 조성돼 ‘호텔’로 불릴 정도였다.

시는 이곳을 영남권 최대 창업 거점으로 만들기로 했다. 지난해 말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옮겨 왔고 크리에이티브랩(C랩)과 벤처오피스 100실을 만들어 창업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스라엘 요즈마그룹의 창업강좌를 개설하고 프랑스 최대 창업 지원기관인 유라테크와 합동으로 창업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로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곳은 이 회장의 창업정신과 기업가정신을 본받아 대구형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창업 거점이 될 것”이라며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 삼성의 창업과 변천 과정을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산업관광지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