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빙판길에 엉덩이 '쾅'…가벼운 통증으로 넘겼다간 골병듭니다
서울과 수도권, 충청, 강원 등의 지역에 눈이 온 뒤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면서 노년층의 낙상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낙상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넘어지는 것을 말한다. 낙상으로 인해 10~15%는 뼈가 부러지는 골절이 생길 수 있다. 낙상과 이로 인한 골절은 고령자에겐 적잖은 후유증을 남긴다. 의료비 부담을 늘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 가운데 1년에 한 번 이상 낙상을 경험하는 사람은 13~26% 정도다. 미국에서는 고령인구의 3분의 1이 낙상을 경험한다고 보고된다. 낙상사고는 11~1월에 집중된다. 눈이나 비가 얼어 빙판이 생기는 일이 많고 추위 때문에 근육이나 뼈에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낙상사고를 당한 뒤 골절 등 부상으로 이어지는 일도 늘어난다. 낙상과 골절의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뼈 약한 노년층 낙상 골절 잦아

낙상으로 인한 골절은 인체의 모든 뼈에서 생길 수 있다. 뼈가 약한 노년층은 쉽게 골절상을 입는다. 균형감각과 운동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면 순발력이 부족해 넘어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3~2015년 골절 환자는 60세 이상 고령층에 집중됐다. 골반 골절환자는 70대에서 34%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대퇴골 골절환자는 80세 이상이 37%를 차지했다. 골다공증이 심하면 골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부러진 뒤 뼈가 작게 쪼개지는 분쇄 골절 등으로 이어지는 일도 많다. 여성은 폐경을 겪으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줄어 하체 근육과 골 손실이 커진다. 가벼운 낙상으로도 크게 다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욱이 여성 노인의 낙상률은 16%로 남성 노인 8.7%보다 2배 정도 높다. 골절 위험이 그만큼 크다.

노년층이 낙상사고를 당한 뒤 골절로 이어지기 쉬운 부위 중 하나가 엉덩이 주위 고관절이다. 고관절 골절 빈도는 높지 않지만 한 번 생기면 수술해도 회복까지 최고 6개월 정도 걸린다. 다치기 이전 상태로 완전히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고령자의 고관절 골절은 사망률과 관계가 있다. 고령의 노인은 각종 내과 질환을 앓고 있기 십상인데 고관절 골절 때문에 누워서 생활하다 보면 이들 내과 질환이 심해질 수 있다. 활동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심장 폐 방광 등의 기능이 떨어지고 욕창이나 혈전증이 생기기 쉽다. 노인층에게 고관절 골절이 생기면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해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25%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은 “고관절 골절이 생긴 부위가 어디인지, 골절로 어긋난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수술 여부와 수술 종류 등이 결정된다”며 “경부 골절이 심하게 어긋나지 않거나 나이가 젊으면 나사못으로 골절 부위를 고정하는 수술을 하고 나이가 많거나 경부 골절이 심하게 어긋났으면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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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끗한 발목, 조기 퇴행성 관절염 주의

젊은 층은 낙상 사고를 당한 뒤 고관절보다 발목이나 무릎에 골절이 생기는 일이 많다. 미끄러지면서 발목을 삐끗해 생기는 ‘발목 염좌’를 가벼운 통증으로 여기고 그냥 넘기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증상을 방치하면 만성 통증에 시달리거나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낙상으로 무릎이 꺾이거나 돌아가면서 무릎 관절 안에 있는 연골판이나 인대에 손상을 입는 일도 흔하다. 이를 방치하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릎의 인대나 연골판이 손상되면 연골끼리 충돌이 생겨 뼈 연골이 쉽게 손상될 수 있다. 한 번 손상된 연골은 회복이 힘들어 외상으로 인한 관절염이 빨리 진행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별다른 외상이나 큰 통증이 없어도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근력 시력 등 떨어지면 낙상 위험 커

근력 저하, 인지기능 저하, 기립성 저혈압, 시력 저하 등이 생기거나 어두운 환경, 미끄러운 환경 등에 노출되면 낙상 위험이 크다. 이전에 낙상을 경험한 사람은 다시 낙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빙판길에서 낙상을 피하려면 좁은 보폭으로 걷는 것이 중요하다. 바닥 표면과 신발 밑창 사이에 마찰력이 줄어들수록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밑창이 밋밋한 신발보다 요철 모양이 있는 신발을 신고 밑창이 닳았다면 교체해야 한다. 굽 낮은 신발을 신어야 한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평소 먹어야 하는 약의 개수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노인들이 매일 복용하는 약 중에는 어지러움, 졸음 증상을 유발하는 약이 있다. 이들 약을 먹으면 낙상 위험이 커진다. 고혈압 약, 수면제,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이 대표적이다. 감기약, 전립선 비대증약도 먹으면 졸음이 올 수 있다.

이지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약물을 처방받을 때는 꼭 필요한 약물인지 의사와 잘 상의해야 한다”며 “약물을 복용한 뒤 어지러움, 졸림 등의 증상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낙상은 일어서거나 보행할 때 가장 많이 발생한다. 앉았다가 일어날 때는 가급적 천천히 일어나야 한다. 평소 혈압이 낮거나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있으면 일어서기 전에 팔과 다리를 잠시 움직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령자는 낙상사고의 72%가 집에서 발생한다. 어둡고 미끄러운 장소에서는 낙상 위험이 커진다. 집안 조명 등을 적절히 조절해 너무 어둡거나 미끄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끄럼 방지 매트나 카펫 등을 곳곳에 까는 것도 도움된다. 화장실 바닥에 물기가 없도록 신경 쓰고 미끄럼 방지 스티커 등을 붙이는 것도 낙상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욕조 옆에는 손잡이를 설치해 앉았다 일어설 때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바퀴 달린 의자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낙상으로 인한 골절을 예방하려면 평소 뼈를 튼튼하게 유지해야 한다. 정기 검사를 통해 자신의 뼈 밀도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약을 복용해야 한다. 하루 15분 이상 햇볕을 쫴 뼈 밀도에 중요한 비타민D가 합성되도록 해야 한다. 칼슘 많은 우유, 멸치, 푸른 채소 등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낙상 예방을 위해서는 특히 하지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 누워서 한 다리 들기, 엎드려 한 다리 들기, 누워서 수건 양손에 쥐고 발 밀기 등의 운동을 하면 된다. 이들 동작을 10초 정도 유지하고 5회 반복한다. 주 2~3회 이상은 해야 한다. 태극권 등의 운동도 낙상 예방에 도움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이지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