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한 대형마트에서 점원이 KT&G의 타임 담배를 진열하고 있다. KT&G 제공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한 대형마트에서 점원이 KT&G의 타임 담배를 진열하고 있다. KT&G 제공
국내 담배제조사인 KT&G가 ‘수출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공기업 시절인 1999년 26억개비에 불과했던 해외 판매량(수출, 해외법인판매)이 작년에는 480억개비를 넘어섰다. 담뱃세 인상으로 부진한 국내 판매를 해외 판매를 통해 만회하고 있다. 해외수출 덕에 KT&G는 19일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도 내놨다.

◆‘타임’ 앞세워 美서 돌풍

수출 날개 단 KT&G…미국서 '담배 한류' 돌풍
KT&G는 지난해 미국 담배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기업으로 꼽힌다. KT&G의 작년 미국 수출량은 27억8000만개비. 1999년 수출 첫해 기록한 2억2000만개비와 비교하면 약 13배 증가한 수준이다. KT&G는 세계 100여개 담배회사가 경쟁하는 미국 담배시장에서 JTI를 제치고 지난해 시장점유율 6위까지 뛰어올랐다. JTI는 세계 3대 담배 회사 중 하나다.

미국 시장 개척의 첨병이 된 제품은 ‘타임’(TIME·사진)이다. 국내에서 동일한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수출용 타임은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다. 굵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길이를 20% 늘리고, 진한 맛을 선호하는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춰 담뱃잎 블렌딩도 새롭게 했다.

수출 날개 단 KT&G…미국서 '담배 한류' 돌풍
출시 첫해인 2011년 미국 시장 판매 비중이 17%에 불과했던 타임은 지난해 22억개비가 판매돼 미국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브랜드가 됐다. KT&G는 작년 6월 오클라호마시티에 있던 미국 법인도 댈러스로 확대 이전했다. 댈러스가 있는 텍사스주는 미국 51개주 가운데 담배 판매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KT&G는 미국 법인 확대를 계기로 공항 면세점과 마트 등 대형 유통망을 통한 영업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곳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이란과 터키 등 중동지역은 KT&G의 최대 시장이다. 수출물량과 해외법인 생산량을 합친 487억개비 중 절반이 이 지역에서 팔렸다. 필립모리스, BAT 등 글로벌 담배회사들과 ‘빅3’에 들어가 있다.

가장 빠른 속도로 판매가 늘고 있는 곳은 아프리카다. 2010년 4000만개비에 불과하던 판매량이 지난해 32억개비로 증가했다. 6년 만에 약 80배 성장했다. 아프리카 현지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초슬림 미니 담배를 소개한 것이 통했다고 KT&G는 설명했다.

◆해외판매로 국내 부진 만회

담뱃세 인상 탓에 판매량이 급감한 것도 해외판매를 통해 만회했다. 이날 발표된 KT&G 작년 매출은 2조9682억원으로 전년 대비 5%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조3051억원과 1조873억원으로 5%와 10% 증가했다. 특히 매출은 수출(해외매출)이 22% 증가한 것이 큰 힘이 됐다. 국내에서 4% 감소한 매출을 수출이 만회해줬다.

KT&G는 담뱃세 인상(2015년 1월1일) 여파로 2015년 국내에서 406억개비밖에 못 팔았다. 전년보다 27%나 줄어들며 타격을 받았다. KT&G 관계자는 “현재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세는 우수한 제품력과 현지 임직원의 노력이 이뤄낸 결과”라며 “미국을 비롯한 해외법인 확대를 발판으로 현지 영업력과 제품력을 강화해 ‘담배 한류’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