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텐업에 선정된 웹툰 작가들의 작품엔 '포텐업' 마크가 붙어 있다. / 사진=네이버웹툰 '베스트도전' 게시판
포텐업에 선정된 웹툰 작가들의 작품엔 '포텐업' 마크가 붙어 있다. / 사진=네이버웹툰 '베스트도전' 게시판
[ 박희진 기자 ] "돈보다 명예인 것 같요. 네이버 연재는 어디서도 못 얻는 명예잖아요."

최근 한 웹툰 업계 관계자가 털어놓은 얘기다. 작가 섭외와 관리를 맡고 있는 그는 요즘 실력 있는 신인 작가 섭외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네이버가 올 들어 시작한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 '포텐업' 때문이라고 했다.

포텐업은 네이버가 '베스트도전' 게시판에서 활동 중인 아마추어 웹툰 작가들을 대상으로 우수 작품을 선정해 장학금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포텐업에 뽑힌 작가들이 '네이버 연재'를 꿈꾸며 쉽사리 활동 무대를 바꾸려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 실력자 선별 쉬워졌지만…네이버 고집

4일 웹툰업계에 따르면 요즘 중소 웹툰 업체들에게 네이버웹툰의 포텐업 프로그램은 신인 작가 발굴 과정에서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웹툰 플랫폼은 '작가발'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업계의 작가 섭외 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플랫폼 업체들은 유명한 프로 웹툰 작가 섭외 만큼 신인 작가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는 국내에서 활동 중인 웹툰 작가를 프로와 아마추어 합산 약 1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네이버 베스트도전 게시판은 국내 웹툰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온 곳이다. 실제 네이버웹툰의 인기 작가 대다수가 이 게시판을 거쳐 데뷔했다. '마음의 소리'의 조석, '노블레스'의 손제호 이광수, '하이브'의 김규삼 등이 해당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웹툰 작가의 60~70%가 베스트도전 출신"이라며 "원래 만화를 그렸던 작가를 제외하면 네이버웹툰 상위권 작가들은 대부분 베스트도전에 작품을 연재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베스트도전은 네이버 '도전만화' 게시판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조회수 등을 올린 작가들만 활동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선 '베스트도전 작가는 한 번 검증된 작가'란 인식이 강하다. 여기에 네이버가 포텐업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실력자를 가려내는 단계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네이버는 별점 댓글 조회수 등과 편집부 심사를 바탕으로 포텐업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

베스트도전에 올라온 모든 작가가 연재 기회를 얻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프로 데뷔 확률은 높아진다. 네이버는 물론 경쟁사와 신생 웹툰 업체들까지 작가 섭외를 위해 이 게시판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포텐업에 선정된 작가도 네이버 연재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니지만 업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데뷔 가능성이 올라간다.

한 중소 웹툰 업체 관계자는 "포텐업에 뽑힌 작가들에게만 우선 섭외 메일을 보내면 되니까 실력자 선별 측면에선 더 간편해진 점도 있다. 하지만 네이버로부터 인정을 받은 만큼 네이버 데뷔 확률이 높아졌다고 생각해 섭외에 응하지 않는 작가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 섭외 및 발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웹툰 플랫폼들.
작가 섭외 및 발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웹툰 플랫폼들.
◆"돈은 유료 플랫폼에서 더 벌 수도"

현재 네이버웹툰의 인지도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인 만큼 웹툰 작가라면 누구나 네이버 연재를 꿈꾼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수익 측면에서 본다면 다른 유료 플랫폼과의 계약이 더 나을 수 있음에도 네이버를 고집하는 이유는 명예 때문일 것이란 해석이다.

신인 작가들이 웹툰 플랫폼으로부터 받는 기본급은 월 200만원 수준으로 회사마다 비슷하지만, 유료 플랫폼일 경우 작품 매출에 비례해 추가 고료를 받기 때문에 작가의 수익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네이버웹툰과 다음웹툰은 무료 서비스를 기반으로 완결보기와 미리보기 등에 한해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레진코믹스 탑툰 투믹스 등은 유료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포텐업의 경우 연재 기회는 없지만 아마추어 작가들이 '개인 브랜딩'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우승이나 데뷔를 하지 않고도 이름과 실력을 알려 나중에 좋은 기회를 얻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