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기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부가가치 높은 제품과 공동 브랜드로 업계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하 기자
김진기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부가가치 높은 제품과 공동 브랜드로 업계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하 기자
국내 플라스틱산업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경쟁력 향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저가 중국산 제품의 공세가 치열해지고 있지만 국내 플라스틱업체는 여전히 영세한 곳이 많다. 매출 100억원 미만의 기업이 대부분이다.

김진기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세지화학공업 대표)은 “국내 플라스틱산업은 성장과 정체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기존 범용 플라스틱 제품 생산에서 첨단 플라스틱 제품 중심으로 생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열악한 플라스틱산업

"첨단 플라스틱·공동 브랜드로 중국 저가공세 넘어야"
플라스틱은 생활용 소재, 전기기기·자동차 부품 등에 주로 사용된다. 국내 연간 생산액은 51조3760억원(2014년 기준) 수준이다. 관련 업계 종사자만 22만명에 달하지만 개별 업체들의 상황은 열악하다. 대부분 직원 수 10명 안팎의 사업체다. 업체당 평균 매출도 30억원 수준(생산액 기준)이다.

국내 플라스틱업계에서 50여년간 종사해온 김 회장은 특히 영세업체들의 상황을 우려했다. 최근 몇 년 새 저가 중국산 제품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 플라스틱 제품 수출입 국가 1위가 중국이다.

지난 8월부터 프라스틱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은 “중국은 기회의 시장이자 동시에 국내 시장 잠식자”라며 “연구개발과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기반한 수준 높은 기술이 적용된 첨단 제품 생산만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공동 브랜드·첨단 제품 연구

프라스틱연합회는 중소기업 플라스틱 공동 브랜드를 통한 판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조달시장과 일반 소비시장 브랜드는 각각 ‘PL’과 ‘아디아포라’로 정했다.

우선 공공조달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상하수도, 전선매립용 플라스틱 맨홀도 공동 브랜드 제품이다. 프라스틱연합회는 국제공인시험기관인 한국플라스틱시험원 운영과 한국산업표준(KS) 인증 지원 업무도 맡고 있다. 플라스틱 제품의 품질 기준 등을 정비해 제품 규격과 소재, 품질 등 45개 단체표준을 마련했다. 연간 시험연구 건수는 2만여건에 이른다.

김 회장은 “공동 상표를 활용한 공동 사업으로 중소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며 “일반 소비시장에서도 플라스틱업계 공동 브랜드라면 믿고 쓸 수 있도록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서로 단결해야 플라스틱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첨단 기술과 융복합한 제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대기업, 중소·중견기업들과 한국고분자소재연구조합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엔지니어 플라스틱’이라고 불리는 고부가가치 제품이 대표적이다. 일반 플라스틱 제품의 단점인 내열성과 내강도를 높여 기계장비나 자동차 부품 등에 사용된다.

◆“규제 완화·업계 지원 절실”

김 회장은 정부가 플라스틱 등 화학제품의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폐기물 부담금을 기업에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부담금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플라스틱은 대부분 녹여서 재활용이 가능한데도 일괄적으로 폐기물부담금을 매긴다”며 “연구개발 지원과 더불어 환경 관련 규제 완화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