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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아이] 최경희 이대 총장 사임, 회의록은 알고 있었다

입력 2016-10-20 16:29:09 | 수정 2016-10-21 09: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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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사태 취재후기
양쪽 색깔이 다른 눈동자란 뜻의 ‘오드 아이(odd-eye)’는 한경닷컴 기자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각을 세워 쓰는 출입처 기사 대신 어깨에 힘을 빼고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풀어냈습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독자들과 소소한 얘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 김봉구 기자 ] 19일 오후 2시경 최경희 총장이 사임을 발표했을 때, 아차 싶었다.

돌이켜보면 ‘징후’가 감지된 것은 이달 7일 이사회 자리에서였다. 이사진이 일제히 최 총장의 책임을 물었다. 당연직 이사인 최 총장은 “제 불찰로 빚어진 일”이라며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후회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시 대부분 언론은 ‘이사회가 총장이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는 톤의 제목을 뽑았다. 최 총장의 전격 사임 소식을 접하고선 그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그때 ‘최경희 총장 사퇴 시사’로 기사를 냈어야 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물론 결과론이다. 하지만 이사회 회의록을 꼼꼼히 읽었다면, 그래서 “언제든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최 총장의 코멘트에 초점을 맞췄다면, 충분히 그렇게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뒤늦은 아쉬움을 담아 최경희 이대 총장, 언제 ‘사임’ 결심했을까…사건의 재구성 기사를 썼다.

80일 넘게 이어진 학생들의 점거농성과 사퇴 압박 속에서도 총장직을 고수해오던 그가 어떤 맥락에서 자리를 내려놓을 생각을 하고, 무엇을 계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 나름대로 추론해봤다.

전날(18일) 데스크가 “이대 총장이 사퇴할 가능성이 있으니 예의주시하라”고 지시한 터였다. 이날 개교 이래 130년 만의 첫 교수 시위를 앞두고 최 총장이 물러나는 경우의 수를 아예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다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여겼다. 적어도 최 총장이 교수 시위 반응을 체크한 뒤 판단할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교수들도 좀 더 길게 내다봤다. 이날 교수 집회를 준비하면서도 이사회가 총장을 해임하지 않을 경우 11월3일 교수·학생·동문이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어째서 11월3일일까.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이사회 정관을 뒤져봤다. “이사장은 재적 이사 반수 이상이 회의 목적을 제시하여 소집을 요구한 때에는 그 소집 요구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이사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7일 이내에 회의 소집을 통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이사회 소집 특례 조항이 나왔다.

‘계산된 일정’이라는 감이 왔다. 해당 조항대로라면 총장 해임을 목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할 경우, 이사진에 회의 소집을 통지하는 기한이 다음달 2일이 된다. 이날까지 이사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튿날인 11월3일 총궐기하는 수순이라고 판단했다. 해서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거취’ 11월3일 D-데이 될 듯 기사를 썼다.

보수적으로 잡으면 11월3일까지, 이르면 오늘(20일)쯤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이 나오지 않을까 내심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 17일 청와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 딸 정유라씨의 입학 및 학사관리 특혜 의혹에 대한 설명회가 사임 여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지가 된 것 같다.

사실 그날 송덕수 학사부총장이 “총장이 물러날 정도로 잘못한 것이 없다”고 발언한 게 어딘가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여론을 모를 리 없는데 굳이 코멘트한 점, 제3자의 입을 빌린 점이 특히 그랬다. 일단 언론은 ‘총장이 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고 해석했지만 말이다.

정씨에 대한 특혜 의혹을 해명했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데다 이날 교수들까지 움직이자 최 총장은 결심을 굳힌 듯하다. 결과적으로 정씨에 대한 학교의 특혜는 없었으며, 그럼에도 총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책임지고 사임한다는 모양새가 됐다.

여하튼 최 총장은 물러났다. 2년 전 50대 초반의 역대 최연소 총장으로 등장했으나 이대 역사상 첫 중도 퇴진 총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단 사퇴는 했지만 의혹은 미처 다 풀지 못했다. 남은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이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는 방법 아닐까.

“1886년, 한 명의 학생에서 시작한 이화! 2016년, 한 명의 학생에게 특혜 주는 이화?” 캠퍼스에 나붙은 항의 문구다. 인체에 이상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항체가 생성되듯, 이화여대도 이번 사태가 소통 부족이나 특혜 의혹에 대한 철저한 면역 기능을 갖추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30년 명문사학 이대의 새 출발을 기대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영상=김광순 한경닷컴 기자 gasi0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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