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딴 자격증 믿지 말고 연구 또 연구하라"
“5년, 10년 전에 따놓은 자격증으로는 부족합니다. 지금 산업현장 트렌드에 맞는 최신 기술로 무장해야 진짜 전문가입니다. 그래야 산업안전도 코치할 수 있습니다.”

이영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사진)이 2014년 10월 취임한 이후 직원들 귀에 못이 박이도록 해온 말이다. “수년 전 기술로 획득한 자격증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공부하고 연구하라”는 지적이었다.

안전보건공단 직원은 총 1549명. 그중 기술분야 박사학위에 해당하는 기술사 자격증 소지자는 345명, 산업기사가 854명이다. 석사는 424명, 박사도 65명이다. 신임 이사장의 질책성 발언에 직원들은 발끈했다. “전문가들에게 할 소리냐” “뭘 더하라는 얘기냐”는 식의 불만이 나왔다.

1년여가 지난 올초 안전보건공단은 진통 끝에 전문기술자격을 추가 취득하는 직원에게 가산점을 주는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전문기술력강화 태스크포스(TF)’도 꾸려 직원들의 전문화를 독려하고 계량화했다.

15일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서울 영등포동 안전보건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안전보건공단은 직원들이 전국 산업현장의 안전관리를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근로자들로 하여금 안전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기관”이라며 “그러려면 현장 전문가들보다 최소 두 단계는 앞선 지식과 통찰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사업성찰 토론회’를 매주 열고 있다. 공단이 맡고 있는 각종 사업과 프로젝트 등의 효율성과 적정성을 점검하는 차원이다. 이 이사장은 “공단이 수행하고 있는 사업이 120여 가지나 되는데 지금 인력으로 모든 사업을 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급증하는 산업재해를 줄이고 기업의 안전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공단 사업을 구조조정하려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산업재해율은 0.24%(6월 말 기준)로 전년 동기 대비 0.01%포인트 줄었지만 재해자 수는 4만3250명으로 718명(1.7%) 증가했다. 수주물량이 47% 늘어난 건설현장의 재해사망자 수는 261명으로 지난해보다 59명이나 늘었다.

지난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사회적 이슈가 된 ‘위험의 외주화 금지’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위험한 작업의 도급 자체를 금지한다고 해서 기존의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작업에 대해 원청업체가 상시 고용하는 것은 경제논리에도 맞지 않는다”며 “현행 도급인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원청업체의 책임과 하도급업체 지원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