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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은 선일까, 악일까…금융위기 후 달라진 부채경제학

입력 2016-10-07 17:42:16 | 수정 2016-10-08 00:54:44 | 지면정보 2016-10-08 A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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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기자의 Global insight

"일본처럼 높은 부채비율 공짜 아냐…빚 많은 국가 성장률도 낮아져"
vs
"정부, 결국 국민에게 돈 갚는 것…재정건전성 집착은 낡은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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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세계 부채가 152조달러(약 17경원)로 크게 불어났으며 특히 민간부문 부채가 증가해 더 큰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금융위기 후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은 저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돈을 풀었다. 돈 빌리는 비용이 크게 줄자 부채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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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치를 떨어뜨려 투자를 활성화하는 게 중앙은행이 원한 것인데, 그 때문에 오히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IMF는 지적했다. 이 문제에 관련해서는 경제학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국가 부채비율에 관해선 대립각이 팽팽하다.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부채비율을 조절해야 한다는 쪽이다. 그는 지난 8월8일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부채비율이 국민총소득(GNI)의 82%까지 올라갔으며 금리 인상기에 (이자비용 증가로) 재정 지출이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금을 더 걷고 다른 공공부문 지출을 줄여야 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로고프 교수는 “많은 좌파성향 논객이 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140%에 이르는 일본 사례를 들어 재정지출을 늘려도 된다고 하는데, 일본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은 무기력한 경제를 매우 걱정하며 다른 나라에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을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로버트 스키델스키 영국 워릭대 교수가 8월24일 ‘국가부채라는 허수아비’라는 글을 써서 로고프 교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스키델스키 교수는 국가부채가 ‘몇조달러나 된다’ ‘우리 자손들의 부담이 커진다’고 우려하는 친구의 일화를 소개하며 이런 사고방식이 “극단적으로 낡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로고프 교수가 ‘지금의 재정적자가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미래세대 가처분소득을 줄임으로써) 미래세대의 소비를 막는다’는 잘못된 가정에 기반해 주장을 펼쳤다고 했다.

자국 화폐로 표시된 부채를 늘렸다고 가정할 때 결국 정부가 돈을 갚아야 하는 대상도, 정부에 돈을 빌려준 것도 국민이라는 점을 짚었다. “정부가 돈을 찍어서 부채를 갚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점이 아주 명백하게 드러난다”고 그는 적었다.

이 글에 로고프 교수와 《이번엔 다르다》를 함께 쓴 ‘절친’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가 대신 등판했다. 라인하트 교수는 지난달 28일 ‘부채에 안주하는 위험’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스키델스키 교수가 “무려 세 권짜리 케인스 자서전을 쓰고도 케인스가 ‘정부가 쓰는 돈은 국민이 갚아야 하는 것이다. 무제한 재정적자 같은 것은 없다’고 한 말에 동의하지 않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1800년부터 2011년 사이 부채 비율이 높아진 26개 국가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 23개 국가에서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시기에 성장률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일본처럼 높은 부채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결코 공짜가 아니며 그로 인해 경제가 살아나는 게 아니라 경제 활력이 사라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를 경험해본 사람은 없다. 마이너스 금리, 헬리콥터 머니 등 ‘상상 속의 시나리오’가 버젓이 현실에서 정책 수단으로 거론되는 마당이다. 부채가 지나치게 커지면 안 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재정건전성에 집착하는 것이 ‘낡은 사고방식’이라는 주장도 이해가 간다. 금융위기가 경제학에 큰 숙제를 던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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