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은 우리도 헷갈려요"…인사처 간부들도 자체시험 '낙제점'
공무원 인사관리를 총괄하는 인사혁신처의 A국장은 지난 8일 부처 자체적으로 치른 퀴즈대회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퀴즈대회의 제목은 ‘인사혁신처 청탁금지법 완전정복’.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인사처는 이달 초부터 부처 직원을 대상으로 매일 퀴즈를 내고 있다. A국장은 100점 만점 중 낙제점인 60점을 받았다. 커트라인인 70점을 넘지 못하면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상당수 간부가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영란법 시행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법 시행을 앞두고 내놓은 매뉴얼이 공직사회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사회 인사 및 비리, 부패 등을 총괄 관리하는 인사처 공무원마저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사례를 헷갈리고 있다는 것이 인사처의 설명이다.

단적인 사례가 인사처가 이달 초부터 열고 있는 퀴즈대회다. 퀴즈대회 문제는 담당 사무관이 권익위가 내놓은 매뉴얼을 토대로 매일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한다. 직원들이 개인 업무용 컴퓨터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루 20개 문항의 시험지가 인사처 내부 인트라넷에 팝업 형식으로 올라온다. 이달 초 첫 시험에서 상당수 국장이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처 관계자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문제를 내다 보니 오랫동안 공무원 인사 업무를 해온 직원마저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인사처 직원들은 권익위가 낸 교육자료 및 해설집 등을 일일이 찾아보며 김영란법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처는 퀴즈대회 성적 우수자에게 자전거 등을 상품으로 내걸고 김영란법 숙지를 독려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