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이퐁시에 있는 LS비나 생산 공장의 모습. LS전선 제공
베트남 하이퐁시에 있는 LS비나 생산 공장의 모습. LS전선 제공
40m 높이의 타워에서 수직으로 늘어뜨린 지름 50㎜가량의 구리선 위로 폴리에틸렌 피복을 입힌다. 베트남 북부 하이퐁에 있는 LS비나에서 현수식 연속 압출시스템(CCV)을 통해 초고압전선(HV)을 만들고 있다. 수백킬로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HV선은 절연용 피복을 균일한 두께로 입히지 않으면 얇은 쪽으로 터질 수 있다. 이 전선은 경제 성장과 함께 전력 수요가 급팽창하는 베트남과 미얀마, 싱가포르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시장으로 공급된다.

"그레이트 메콩 잡는다" 베트남 전선 넓히는 LS전선
LS전선 자회사로 베트남에 LS비나(북부 하노이 인근), LSCV(남부 호찌민 인근) 두 곳의 공장을 둔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HV선을 제조한다. 더 많은 투자를 위해 다음달 2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명노현 LS전선아시아 대표는 지난 2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간담회를 열고 “메콩강 유역의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은 6%대 성장을 이어가는 지역”이라며 “국내 투자자에게 메콩 지역을 기반으로 커지는 LS전선아시아에 투자할 기회를 주기 위해 상장한다”고 말했다.

LS전선이 베트남에 뛰어든 건 1997년이다. 현지 회사인 휴막 등과 5 대 5로 세운 LS비나는 초기 공산당 출신 임원들로 파행을 겪는다. 외환위기까지 겹쳐 자본이 잠식된 이 회사는 1999년 증자로 LS전선 측이 경영권(지분 85%)을 확보하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06년엔 호찌민에 LSCV까지 세웠다. 지난해 매출 4억4750만달러(LSCV 포함), 영업이익 1950만달러를 거둬 설립 이후 연평균 20% 이상 성장세를 이어갔다.

성공 비결은 두 가지다. 우선 베트남의 성장이다. 베트남 경제가 연평균 6%대 성장을 거듭하면서 매년 전력 수요가 10% 이상 늘고 있다. 게다가 지하철(하노이 2018년, 호찌민 2020년 1호선 개통) 공사가 시작돼 전선지중화와 함께 초고압 시대가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전선은 전압에 따라 1㎸ 이하는 저압(LV), 11~66㎸는 중압(MV), 66㎸ 이상은 초고압(HV) 전선으로 나뉜다. LS전선아시아는 HV선을 생산해 현지 삼성전자 공장 등에 납품했으며 싱가포르 등에 수출하고 있다.

두 번째는 현지화다. 글로벌 전선업계 1위인 프랑스 넥상스는 5년 전 현지화 실패로 베트남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LS전선아시아는 현지화에 성공해 베트남 시장점유율 30%로 1위다. 이는 직원의 국적에서 드러난다. 공장 두 곳에서 근무 중인 직원 740여명 가운데 한국인은 8명이다. 명 대표는 “베트남에 글로벌 전선 회사는 LS전선아시아밖에 없다“며 “현지 업체가 4~5곳 있지만 HV선을 만들지 못하는 등 10년가량 기술 격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베트남을 넘어 아세안 1위를 노린다. 9월 상장으로 확보할 자금을 투자해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의 영업망을 넓힐 계획이다. 명 대표는 “생산 능력을 배가시켜 지난해 5000억원이던 매출을 5년 뒤인 2021년 1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하노이·호찌민=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