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후보 트럼프가 35%인 법인세율을 15%로 파격 인하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2조달러에 달하는 해외유보자금을 투자로 연결해 제조업을 키우고, 고급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집권 시 법인세 인하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게 파이낸셜타임스의 진단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이미 세계는 법인세 인하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지금까지 법인세 인하경쟁에 관한 한 미국은 맨 뒷자리였다. 1987년 이후 법인세율 35%에서 요지부동이다. 주요국 중 가장 높고 세계 평균(22%)을 크게 웃돈다. 높은 법인세의 최대 피해자가 근로자라는 인식이 트럼프 공약의 배경이다. 법인세율이 1%포인트 높아지면 실질임금이 0.5% 감소한다는 연구가 나올 정도다. 각국의 인하경쟁도 그런 맥락이다. 영국은 5년 전 28%이던 법인세율을 20%로 내렸다. 2020년까지 17%로 인하하는 로드맵도 발표했다. 북유럽 복지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스웨덴과 덴마크가 법인세율을 최근 3~4년 동안 4.3%포인트, 2.5%포인트 내렸다. 이 같은 동시인하로 2005년 26.2%이던 OECD 평균 법인세율은 지난해 23.2%로 10년 만에 3%포인트 낮아졌다.

이런 글로벌 조류는 한국에서만 예외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을 부자라고 의인화하면서 법인세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기업이 이미 충분히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지적은 소 귀에 경 읽기다. 법인세의 총세수 비중은 14%로 OECD 평균(8.5%)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상위 1% 대기업이 86%나 부담한다. 그런데도 낡은 축음기 틀 듯 ‘부자증세’만 노래한다. 법인세를 내렸더니 사내유보금만 쌓는다는 엉뚱한 주장도 고정 레퍼토리다. 굳이 법인세를 손보고 싶다면 3단계 누진제를 단일세율로 바꾸는 것이 맞다.

법인세 인상이 ‘경제적 약자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허구일 뿐이다. 당장 성장 잠재력 훼손이 불가피하다. 최고 법인세율을 오랫동안 유지한 미국의 GDP 대비 세수비중이 2.3%에 불과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법인세 증세론은 이론에서도 실질에서도 오도된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