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트렌드] 소프트웨어기업, IP 평가보증으로 '몸집' 불린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지케스는 클라우드 컴퓨터를 비롯해 사물인터넷(IoT), 빌딩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다. 창업한 지 5년째를 맞은 회사는 대다수 소프트웨어 회사가 그렇듯 연구개발(R&D)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프트웨어는 보통 저작권으로 이해되다보니 기술력을 가늠하는 데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회사는 지난해 2억원의 융자를 받을 수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마련한 소프트웨어의 기술 가치액을 산정하는 기술가치평가 시범사업을 통해서다. 지케스는 이 자금을 R&D에 투자해 성능이 더욱 개선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박영찬 지케스 대표는 “소프트웨어는 보이지 않는 기술이다 보니 다른 기술보다 투자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처럼 소프트웨어에 특화한 가치 평가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4차 산업혁명 핵심으로 소프트웨어를 꼽고는 있지만 정작 대다수 기업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이 기술을 심사해 보증서를 발급하고 금융기관에서 자금 지원을 받는 기술평가보증 제도가 있지만 매출과 자산 규모가 작은 창업 초기 소프트웨어 회사엔 여전히 좁은 문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중 매출 50억원 미만 기업은 2084개로 전체 84.3%를 차지한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5조8066억원에 이르는 기술평가보증 금액 중 소프트웨어 기업이 받은 금액은 4512억원으로 7.8%에 머문다. 결국 이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생존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 고리로 이어진다. 실제 미래부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중 10년 이상 생존한 기업은 10곳 중 1곳에 머문다.

이런 상황은 해외와 비교된다. 지난해 바둑천재 이세돌 9단과 대국을 벌인 인공지능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도 창업 후 처음 5년은 매출이 한푼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글은 딥마인드의 소프트웨어 가치에 높은 가능성을 두고 전략적으로 투자했다.

미래부도 지난해 이처럼 소프트웨어 특성을 고려한 기술가치 평가모델을 만들어 사업타당성과 기술가치를 분석해 기술가치액을 산정하고 투자 유치를 지원하는 기술가치 평가 사업을 마련했다. 17개 기업에 대해 기술가치 평가를 지원했고, 2개 기업이 자금 융자 지원을 받았다. 올해는 저작권과 지식재산권 등 소프트웨어 가치를 담보로 사업 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지식재신권(IP)평가 보증 시범사업을 신설했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보유한 저작권과 특허 같은 지식재산권 가치를 평가해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평가 비용을 지원하고 기술보증기금에서 보증서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해마다 100개 기업에 평가 비용을 지원하고 기업당 최대 10억원까지 융자 보증을 받도록 했다. 보증신청에서 자금 확보까지 1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가치 금액 한도 안에서 이미 보증 받은 사례가 있어도 추가 보증을 받도록 했다. 사업 개시 이후 2개 기업이 융자받게 되는 등 기업의 관심이 높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미국,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성지가 된 것은 담보가 아닌 투자 위주의 환경 덕분”이라며 “당장 투자 중심으로 전환되기 어렵겠지만 기술 가치를 평가해 융자해주는 제도가 한시라도 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기업에 특화한 기술가치 평가 모형을 만들어 우수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시장에서 자금 조달하도록 지원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가치 평가가 투자로 연계될 수 있도록 기업설명회(IR) 자료작성·피칭교육·투자유치 설명회도 지원하기로 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