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모든 국산 휴대폰 데이터 분석 기술 연내 개발…"수사 기법 고도화" vs "사생활 침해" 논란
검찰이 휴대폰에 들어있는 디지털 정보를 분석하는 ‘모바일 포렌식’ 기술을 대폭 강화한다. 삼성 갤럭시S7 같은 최신 휴대폰의 보안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휴대폰 속 주요 앱(응용프로그램) 100개를 추가로 분석 대상에 넣는 것이 목표다. 날로 지능화하는 범죄에 대응해 수사 기법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검찰 측 논리와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업계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휴대폰에 설치된 보안 기능과 대부분 앱의 사용 내용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모바일 포렌식’ 기술 개발을 민간 전문업체에 의뢰해 올해 말까지 끝낼 예정이다. 검찰 계획대로라면 이르면 내년 초부터 삼성 갤럭시S7과 LG G5 등 최신 휴대폰 23종을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이메일, 연락처를 비롯해 쿠팡 같은 ‘생활밀착형’ 앱 100개도 분석 대상이다. 신영식 대검찰청 디지털수사과장은 “최신 휴대폰과 앱 등 기존에 분석하지 못했던 모바일 포렌식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도입하려는 분석 기술을 이용하면 휴대폰 사용자가 △가장 많이 찾아본 검색어 △자주 방문한 웹사이트 △즐겨 사용하는 앱의 실행 횟수와 이용 시간 등도 파악할 수 있다. 사용자가 날짜별로 어느 시간대에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해 어떤 작업을 했는지 보여주는 ‘타임라인’ 기능도 확보하게 된다. 검찰은 피의자의 휴대폰 이용 행태까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삼성 갤럭시S6나 S7 같은 최신 휴대폰은 피의자가 암호를 풀어주는 등 협조하지 않는 이상 검찰이 그 속에 담긴 디지털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 휴대폰 제조사가 보안 기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검찰에 모바일 포렌식 장비를 납품했던 A업체 관계자는 “디지털 정보를 숨기려는 쪽이 드러내려는 쪽보다 한 발자국씩 앞서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에 애플 아이폰은 여전히 ‘골칫거리’다. 현재 검찰 기술로는 아이폰5 이후 모델의 보안을 뚫을 방법이 없다. 애플 휴대폰은 하드웨어 보안까지 이중으로 걸어두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모바일 포렌식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가 기술력이 부족해 하드웨어 보안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필요 이상의 보안을 걸어 수사기관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데 대한 부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검찰 계획이 현실화하면 휴대폰 분석 과정에서 사생활이 침해받는 것은 물론 ‘별건 수사’(특정 혐의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관련 없는 사안을 이용하는 방식)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형사소송법상 디지털 정보를 압수수색할 때는 혐의와 관련한 정보만 압수해 살펴봐야 한다. 검찰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휴대폰에 있는 쇼핑 앱이나 가계부 앱처럼 사적인 정보가 담긴 앱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수사력 남용”이라며 “검찰이 혐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피의자의 ‘약점’을 잡고 수사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모바일 포렌식

포렌식 (forensic)은 과학적 수사방법을 일컫는 말이다. 모바일 포렌식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저장된 데이터를 추출하고 복원해 범죄수사 등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정보를 분석하지 못하도록 숨기는 기술은 ‘안티포렌식’이라고 불린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