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소음 속에 사는 우리
나른한 오후 집 앞 골목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겹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바람결에 울려 퍼지는 풍경소리는 세파에 찌든 마음마저 고요히 씻어 내리는 듯하다. 세상에는 듣기 좋은 소리가 참 많다.

그런데 이 소리란 게 듣기 거북할 땐 소음이 된다. 공항과 기차역, 지하철역 같은 공공기관에서 소음이 심하다. 언제부터인지 공항 입구에선 주차업체 직원끼리 큰소리로 호객행위를 한다. 공항 안에선 직원들이 귀에 마이크를 걸고 승객에게 “신분증 미리 준비해 주세요” “세 줄로 나눠 서 주세요” 등등 소리친다. 그것도 승객 바로 코앞에서. 이쯤 되면 슬슬 짜증이 난다. 왜 이렇게 과잉 친절을 베풀다 못해 승객을 가르치고, 바보 취급하는 걸까. 그리고 왜 이 소음 때문에 피해받는 다른 사람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 걸까.

지하철역이나 기차역에서도, 여행을 가도 마찬가지다. 호젓하게 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해도 정차역 안내 방송에 정적이 깨진다. 등산을 가도 이어폰 없이 소형 라디오나 휴대폰으로 음악을 크게 틀고 등산하는 사람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다른 이들의 취향이나 기분은 전혀 존중하지 않고 “남에게 소음 공해가 되든 꽃노래가 되든 나만 좋으면 상관없다”는 이기적인 생각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우린 왜 이렇게 다른 사람이 느끼는 소음에 둔감한 걸까.

이른바 선진국에선 공항이나 지하철역, 기차역 등 공공기관에서 직원들이 마이크를 착용하고 큰 소리로 안내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껏해야 유리로 막힌 매표소에서나 마이크를 사용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플랫폼을 찾고, 시간에 맞춰 정해진 승차구에 가는 등 개인적으로 챙겨야 할 일까지 일일이 소리 지르며 챙겨 줄 필요는 없는 듯하다.

미세먼지만 공해가 아니다. 현대인은 엄청난 소음 공해에 매일 시달리고 있다. 한국의 공항이나 역사는 세계 어디를 가도 손색없는 훌륭한 시설과 친절한 서비스를 자랑한다. 이젠 이런 시설에서 승객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작은 소음도 섬세하게 배려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스스로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조금의 불편함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진짜 살 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이소영 < 솔오페라 단장 rosa045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