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일본 바로 보기] 충격으로 다가온 고령화 사회 … 일본에서 늘어나는 '간병 살인' NHK 특집방송
충격으로 다가온 고령화 사회, "나는 가족을 죽였다"
일본에서 늘어나는 '간병 살인' 7월3일 NHK 스페셜


노인대국인 일본에서는 요즘 간병에 지쳐 가족을 살인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올 4월 82세 남편이 치매를 앓는 79세의 부인을 죽인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노부부간 ‘노노 간병’ 뿐만 아니라 간병을 맡은 아들이나 딸이 부모를 살해하는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비인륜적인 ‘가족 살인’이 늘고 있는 것이 고령화 사회 이웃 나라 현실이다. 일본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3일 밤 방영된 일본 공영방송 NHK의 특집방송 ‘나는 가족을 죽였다. 간병 살인’ 내용은 한 마디로 충격적이다. 이 방송에 따르면 일본에서 ‘간병 살인’은 미수 사건을 포함해 최근 6년간 138건에 달했다. 살인을 저지른 간병 가족들은 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을까. 비극적인 사건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대책은 없었을까.

NHK는 현재 교도소에 수감중이거나 집행유예를 받은 ‘가해자’ 11명으로부터 직접 가족 살인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이들 가족의 다수가 ‘간병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외견상으로는 사회와 단절된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이들 간병 가족들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린 실태가 밝혀졌다. 이들 대부분이 간병을 시작한 지 1년 이내에 ‘살해’에 이른 사건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간병으로 인해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등 생활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몰린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경우 간병을 맡고 있는 가족이 550만 명을 넘은 ‘대간병 시대’에 진입했다. 인류의 영원한 꿈인 장수의 축복과 함께 찾아온 고령화 사회의 비극을 막을 묘안은 없는 것일까.

초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한국사회는 안전한가. 고령화 속도가 일본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노인 간병’ 문제도 심각해 지고 있다. 우리의 미래도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국가적으로 간병 문제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준비가 필요할 듯 싶다.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겸 일본경제연구소장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