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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의 교육라운지] 연고대가 1년 내내 신입생 뽑는다면 어떻게 될까

입력 2016-06-16 16:04:36 | 수정 2016-06-16 16: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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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시장은 주식 시장과 닮았다. 사소한 말 한 마디에 장 전체가 요동칠 때가 종종 있다. 대장주가 있듯 입시 판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대학도 있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가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사립인 연고대는 사안에 따라 교육 당국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한다.

최근 연고대 등 주요 10개 사립대 총장들이 ‘미래대학포럼’을 발족시켰다. 대학 현안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취지다. 총장들 입에선 입시 변화에 대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대입 수시모집을 연중 상시모집으로 전환하는 안이었다. 9월부터 진행하는 현행 수시전형을 대학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1년 내내 뽑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기조 발제한 김용학 연세대 총장이 이를 언급했고, 토론 좌장을 맡은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1년 내내 잠재력 있는 고교생을 찾아내 선발하는 일본 게이오대를 사례로 들어 지원 사격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도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교육하려 해도 현 입시 제도로는 쉽지 않다”고 발언했다. 모두 획일적 입시를 벗어난 대학의 자율적 학생선발에 방점을 찍었다.

물론 연고대를 비롯한 주요대학들이 당장 수시를 연중 상시모집으로 바꾸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건 아니다. ‘대입 3년 예고제’는 주요 대입 변경사항을 사전에 공지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대학들도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주요대학들의 집단행동이 나온 맥락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재정지원을 볼모로 한 교육부 정책에 끌려가지만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또 내년 대선까지 내다보면서 대입 관련 여론을 조성하고 주도해나갈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3일 연세대에서 열린 '미래대학포럼'에 참석한 10개 주요 사립대 총장들. 왼쪽부터 유기풍(서강대) 염재호(고려대) 황선혜(숙명여대) 김용학(연세대) 최경희(이화여대) 이영무(한양대) 김인철(한국외대) 김창수(중앙대) 총장. / 한경 DB기사 이미지 보기

지난 13일 연세대에서 열린 '미래대학포럼'에 참석한 10개 주요 사립대 총장들. 왼쪽부터 유기풍(서강대) 염재호(고려대) 황선혜(숙명여대) 김용학(연세대) 최경희(이화여대) 이영무(한양대) 김인철(한국외대) 김창수(중앙대) 총장. / 한경 DB


실제로 상시모집으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대학 입장에서 잠재력 지닌 인재를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입시 파트너인 고교 교육과정과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짚어야 한다.

가장 먼저 드는 우려는 고3 교실의 붕괴다. 9월부터 수시전형을 진행하는 지금도 3학년 2학기 교실 분위기는 말이 아니다. 이전에 1학기와 2학기로 나눠 전형하다가 1학기 수시가 폐지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대학과 고교가 머리를 맞대고 여기에 대한 해결책을 내놔야 비로소 수시체제 변화가 힘을 받을 것이다.

고교 교사와 입시전문가들은 “현행 제도상으로는 (상시선발이) 쉽지 않다. 주요대학이 바꾸면 다른 대학들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고교 교육시스템은 그대로 두면서 상시모집만 도입할 경우 학교 교육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진다는 지적이다.

상시선발 전환은 고교 교육과정의 탄력적 운영이 전제돼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수업 과목단위 손질부터 필요하다. 진로진학 전문가인 신동원 휘문고 교장은 “고교 필수 이수단위를 4분의3 선까지 낮춰야 비로소 해볼 만한 시도”라고 귀띔했다.

연고대 총장을 의심하는 게 아니다. 지켜본 바로는 두 총장 모두 인상적인 교육철학을 지녔다.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 방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주요대학의 입시 영향력을 감안하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입시 변화를 암시하는 한 마디에 시장이 출렁이고 며칠 만에 뚝딱 신종 사교육이 만들어질 수 있어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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