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결국 법인세율 인상의 포문을 열었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법인세율을 최대 3%포인트 올리는 법안을 제출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법인세법 개정안을 중점 추진 중이라고 한다.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법인세 인상이 경제를 살리는 묘약인 것처럼 거대 야당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야당들은 법인세의 본질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최고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높이면 ‘부자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3조~5조원 더 걷을 수 있다고 야당은 주장한다. 하지만 법인세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법인세를 올리면 근로자 임금이 깎이고, 제품가가 올라 결국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법인은 단지 수익을 배분하는 도관일 뿐인 것이다.

법인세 인상으로 매우 단기적으로 세수가 늘 수는 있다. 하지만 투자와 고용 감소가 나타나 세수 증대가 지속되기는 힘들다. 법인세율을 1%포인트 높이면 경제성장률이 최대 1.13%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 보고서까지 나왔다. 세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세수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래퍼 곡선’은 여전히 유효하다.

세금 문제만큼은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인기영합적인 정치적 접근도 경계해야 한다. 야권은 이명박 정부 때 대기업 편들기를 위해 법인세를 내린 것처럼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의 오도다. 법인세 인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단행됐다. 해외 선진국들도 대부분 감세 경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 17개국이 법인세를 내렸다. 영국은 2010년 28%에서 현재 20%다. 2008년 25%이던 독일도 15%로 내렸다. 거야(巨野)가 된 야당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