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기간 엔화 약세를 묵인해 온 미국이 입장을 바꿀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주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엔화 강세는 정상적이며 일본이 시장에 개입할 명분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엔화 가치 급등에 우려를 표하며 외환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움직일 경우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한 정면 반박이었다.

지난해 6월 달러당 125엔대까지 떨어졌던 엔화가치는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올 2월부터 급등세로 돌변, 어제는 108엔 전후에서 움직였다. 지난해 저점 대비 13% 넘게 오른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발표 후 상식을 깨고 강세가 더욱 두드러져 외환시장에서는 미스터리로 여겨졌다. 엔화가치 단기 급등에도 불구, 미국이 강경한 태도를 밝힌 것은 2012년 이후 3년 이상 지속돼 온 엔저 용인정책이 사실상 끝났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입장 변화 배경을 두고 추가 금리인상 전 정지작업, 경기둔화 등 다양한 설명이 나온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현재 엔화는 결코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엔화가치는 2007년 6월 달러당 123엔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강세로 돌아서 2011년 10월엔 75엔대까지 올라갔다. 그 뒤 다시 하락 반전해 지난해 125엔까지 떨어졌다. 미국은 엔화가치가 대략 4년 주기 사이클에서 이제 막 바닥을 벗어난 정도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일본에서도 현재 엔화 수준이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1970년대 초반 이후 가장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가 글로벌 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엔화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외환시장은 물론 국제교역, 금융 및 원자재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다. 연초 깊은 조정을 받았던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는 요즘 사상 최고치를 향해 치닫고 있다. 반면 반등하던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30달러대로 내려가며 추가 하락을 예고 중이다. 글로벌시장이 또 한 차례 요동치며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큰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