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이 지난달 31일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국내 5위 증권사인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치면 3위 증권사로 도약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KB금융 본사.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KB금융이 지난달 31일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국내 5위 증권사인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치면 3위 증권사로 도약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KB금융 본사.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전의 승자가 된 일등공신은 위기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KB금융 안팎에선 현대증권 입찰을 앞두고 이번에도 패하면 ‘회장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앞서 있었던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잇따라 실패를 맛본 KB금융으로선 숙원인 증권 부문을 강화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대형 증권사 인수합병(M&A) 기회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위기감은 KB금융의 일반 직원뿐 아니라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7명의 사외이사까지 움직였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도 지난해 12월 진행된 대우증권 인수전 때에 비해 훨씬 적극적으로 이사회를 설득했다. 이사회에 수차례 “인수 가격이 1조원을 훨씬 웃돌더라도 몇 년 뒤면 수십 배의 가치로 돌아올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KB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현대증권 인수 후 청사진과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에 윤 회장의 절실함에 이사들도 전적으로 공감했다”고 말했다. 윤 회장도 “사외이사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이사회에서 충분한 재량권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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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찬 KB금융 사장(60)과 이동철 KB금융 전략기획 담당 전무(55)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윤 회장과 김 사장, 이 전무의 강한 집념과 뚝심이 현대증권 인수를 성사시켰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 회장은 지난해 말 KB생명보험 부사장으로 물러나 있던 이 전무를 KB금융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제주제일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온 이 전무는 1990년 국민은행 입사 이후 최연소 뉴욕지점장 등 각종 승진 기록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국민은행의 인재 육성 방침에 따라 1998년에는 미국 유학 후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취득했다.

2003년 윤 회장이 국민은행 부행장으로 있던 시절에는 인도네시아 4위 은행인 뱅크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 인수를 함께 이끌었다. 은행 내부의 반대가 있었지만 700억원에 사들여 5년 뒤 36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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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은 자신과 KB금융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김 사장도 과감하게 영입했다. 김 사장은 1982년 국민은행에 들어와 30여년을 ‘KB맨’으로 살다 SGI서울보증 사장을 맡았다. 윤 회장이 2년 만에 사장직을 부활시키면서까지 KB금융의 비은행 부문 강화를 함께 추진하자고 요청하자 김 사장은 1년밖에 안된 사장직을 버리고 KB금융으로 돌아왔다. 김 사장은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을 총괄할 계획이었지만 후임 SGI서울보증 사장 선임 작업이 늦어지면서 대우증권 인수전에는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KB금융 관계자는 “1조원을 넘는 인수 가격은 내부에서도 상상하지 못한 금액”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윤 회장의 스타일에 이 전무와 김 사장의 팀워크가 빛을 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과 한국투자금융의 인수 의지가 워낙 강해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KB금융 M&A 주역들은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로 금융그룹 1위 순위(자산기준)가 신한금융에서 KB금융으로 바뀌면서 리딩뱅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현대증권 인수가 2020년까지 지상 25층 규모의 통합 사옥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윤 회장의 입지와 연임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