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개방 방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어 유감이다. 한국·EU, 한국·미국 간 FTA 체결에 따라 5년 안에 법률 시장도 최종 단계의 개방을 해야 하는, 소위 이행 문제다. 개방 3단계는 외국 로펌이 합작법인을 세워 국내에 진출하는 시기다. EU와는 오는 6월 말, 미국과는 내년 2월 말이 시한이다. 이에 맞춰 법무부는 외국계 지분을 49% 이하로 묶고, 업력 3년 이상으로 합작 자격도 제한하는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심의가 진행 중인데,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국회를 찾아가면서 엉뚱하게 ‘주권 논쟁’으로 비화해버린 것이다. 미국대사가 영국 EU 호주 등 한국과 FTA 체결국 대사들의 동의서명을 받아 자국 입장을 전하는 게 특별히 이상할 일도 없다. 우리 외교관들도 필요하다면 해야 할 일이며, 당연히 그렇게 해왔을 것이다.

이 사안의 핵심은 주권침해니 외교관의 입법부 압력이니 하는 차원이 아니다. FTA의 큰 원칙인 개방을 실천할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개방을 하기로 했다면 당당하게 그 길로 나가는 것이 맞다. 말로는 개방이라며 특정 시장을 잠그는 꼼수는 해당 부문의 발전에도,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안 된다. 기껏 주권침해론이나 제기할 거라면 애초에 FTA 체결을 말았어야 했다.

변호사 업계도 움츠러들 이유가 없다. 최고의 전문가 그룹인 만큼 시장의 선진화에 나서면서 우리도 내실 있는 해외진출 준비를 해나가는 게 현실적이다. 국내 로펌들이 다소 애로를 겪는다 해도 소비자에게는 불편한 일도 아니다. ‘개방은 하되 지분은 49%까지만’ 제한하는 것은 저개발국이나 쓰는 꼼수다. 미꾸라지판에 메기가 필요하다면 100% 해외법인도 기피할 이유가 없다. 이번 논쟁은 외국 자본의 국내기업 인수 때마다 반복되는 저급한 기술유출 논쟁을 연상시킨다. 도레이가 웅진케미칼을 공개경쟁을 통해 인수했을 당시 떨어진 국내 업체들이 싸구려 애국심에 호소했던 논리가 그랬다. 법률 시장이라고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 변호사 업계만 과보호받을 이유도 없다. 또 다른 사시 기득권처럼 비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