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SK하이닉스의 직업병 문제 해법
SK하이닉스는 25일 반도체 공장의 직업병 의심 질환과 관련해 전·현직 임직원은 물론 협력회사 직원까지 보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10월 민간기구인 산업보건검증위원회(검증위)가 발족한 지 1년여 만이다. 검증위도, 피해자 가족들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민감한 이슈인 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재계 예상도 깨졌다. 삼성전자가 8년여를 끌어온 반도체 직업병 문제였던터라 속전속결식 해결에 놀라는 사람도 많았다.

SK하이닉스가 이 문제를 빠르게 풀 수 있었던 것은 세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회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했고, 안전성 조사를 맡은 민간기구는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시민단체 반대나 간섭이 없었던 것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줬다.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의 직업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7월 한 언론보도를 통해서였다. 문제가 불거지자 박성욱 사장은 사업장 안전성 실태를 조사하고 문제가 있다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해 10월엔 민간기구인 검증위를 꾸렸다.

검증위는 중립적인 자세로 검증을 진행했다. 검증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지난 1년간 조사에서 사업장과 직업병 발생에 대한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직원의 건강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차원에서 포괄적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보상 방안을 내놨다.

문제 제기부터 대응책 마련, 검증 진행, 개선안 발표까지 상당히 순조로웠다. 이 과정까지 오는 데만 8년여가 걸린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그럴 만도 했다. 삼성전자는 보상 논의 과정에서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는 시민단체 ‘반올림’ 때문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지난달에 들어서야 처음 일부 보상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반올림은 지난달 7일부터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보상 절차에 반대한다며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빠른 대처에 감탄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쩌면 삼성전자의 직업병 보상 문제도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