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개똥쑥
노벨상 덕분에 개똥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풀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성분을 찾아낸 여성 학자 투유유는 평생 약초만 연구해 중국 최초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 그의 이름 유유는 ‘사슴이 울며 풀을 뜯는다’는 시경 구절에서 따왔다는데, 풀에서 신약을 추출해 영예를 안았으니 이 또한 재미있다.

1960년대부터 약초 연구에 매진한 그는 개똥쑥에서 뽑아낸 ‘아르테미시닌’ 성분으로 말라리아 특효약인 칭하오쑤(靑蒿素)를 1971년 개발했다. 이를 통해 1990년대 이후 말라리아 퇴치에 기여했다. 아르테미시닌은 말라리아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과 동물에게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동안 10억명이 혜택을 입었고 수백만명이 생명을 구했다.

개똥쑥은 우리나라에도 흔한 약초다. 손으로 뜯어 비벼보면 개똥 냄새가 난다 해서 그렇게 불린다. 일본과 중국, 몽골, 시베리아, 인도, 유럽, 북아메리카에도 자란다. 개똥쑥의 학명 아르테미시아 안누아 린네(Artemisia annua Linne)는 그리스 신화에서 사냥과 야생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예부터 위벽 보호와 간 해독, 생리통 치료에 효능이 있어 한방에서 널리 쓰였다. 최근에는 뛰어난 항암 효능이 입증되면서 더욱 주목받아왔다. 미국 워싱턴대가 2012년 ‘암저널’에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은 개똥쑥이 기존 약품보다 1200배 높다”고 발표했다. 개똥쑥의 플라보노이드 성분도 면역 조절이나 피로 회복에 좋아 세계보건기구의 약재로 지정돼 있다.

동서양의 모든 약은 대부분 식물에서 추출한다. 강희자전에도 약이 ‘병을 치료하는 풀’로 풀이돼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식물 열매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 만든다. 인도의 멀구슬나무 님(neem)에서 구충제와 아토피약이 나온 것도 같은 원리다. 이 나무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미국 화학기업이 생물농약을 제조해 특허를 주장하다 ‘생물해적질’이란 비난 때문에 손을 떼기도 했다. 천연물질의 약효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약초 중에서도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은 씨앗식물이다. 6세기 초 양나라에서 나온 최초의 약초 관련서 ‘신농본초경’에 365종, 1596년 명나라의 ‘본초강목’에 1890종이 수록돼 있다. 1613년에 나온 조선의 ‘동의보감’에도 1400여종이 실려 있다. 사실 우리나라 곳곳에 널린 게 개똥쑥이다. 중국이 반세기 전부터 집중적으로 연구해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노벨상까지 받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