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마저 해외로 나가란 말이냐"
삼성전자가 지난 5월 경기 평택에 착공한 반도체공장이 자고 일어나면 돌출하는 잇단 지역이기주의에 부딪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5만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으로 들어가는 송전선로 건설을 경기 안성시가 반대하는 가운데 인접한 충남 당진시도 이 공장에 전력을 공급할 변환소 건설에 제동을 걸었다. 평택의 건설회사들은 공장 건설 일감을 우선적으로 달라는 ‘생떼’까지 쓰고 있다.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차라리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짓는 게 나을 뻔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당진시는 한국전력이 신청한 북당진변환소 건축허가를 지난달 25일 반려했다. 북당진변환소는 당진화력발전소 9·10호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삼성전자 평택공장에 보내기 위해 필수적인 시설이다.

당진시가 북당진변환소 건축허가를 반려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당진시는 한전의 건축허가 신청 때마다 주민 반대, 송전선로 지중화(地中化) 미흡 등 갖가지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나 한전 관계자는 “당진시가 변환소 건설허가를 안 내주는 진짜 이유는 올초 행정자치부가 설정한 평택과 당진 간 지역 경계선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간 갈등이 애먼 기업의 공장 건설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북당진변환소를 연내 착공하지 못하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은 물론 경기 남부의 전력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현대자동차는 지난 15년간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았고, 삼성전자도 신규 스마트폰공장은 베트남에만 건설하고 있다”며 “평택 반도체공장을 둘러싼 지역이기주의를 보고 어떤 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생각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